투기과열지구 예비당첨자 비율 80→500% 확대
자격 갖춘 1‧2순위내 예비당첨자 청약기회 제고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로 미계약분 공급 물량이 늘자 일부 현금부자나 다주택자가 무순위 청약으로 이를 사들이는 이른바 ‘줍줍’ 현상에 정부가 제동을 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0일부터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 등 무순위 청약제도를 개선한다고 9일 밝혔다.
기존 신규주택 청약은 1‧2순위 신청자 가운데 가점제나 추첨제를 통해 당첨자와 예비당첨자를 선정하고,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으로 취소되면 남은 물량을 ‘무순위 청약’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무순위 청약은 주택소유‧청약통장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어 다주택자와 현금부자를 위한 ‘투기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당첨자의 5% 안팎에 불과했던 미계약분은 최근 20%까지 늘었고, 서울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줍줍’ 열기가 상당하다. 청량리역 재개발 지역에 짓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아파트의 사전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물량(1129가구)의 13배에 달하는 1만4376명에 이른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미계약분 174가구에도 5835명이 몰렸다.
이에 국토부는 예비당첨자수를 대폭 늘려 무순위 청약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최초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자격을 갖춘 1‧2순위내 예비당첨자가 계약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서울‧과천‧분당‧광명‧하남‧대구 수성‧세종(예정지역) 등 투기과열지구의 청약 예비당첨자는 공급물량의 80%에서 500%로 확대한다. 현행 주택공급규칙은 예비당첨자를 공급물량의 40% 이상 선정하게 돼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국토부 권고로 80%까지 선정하고 있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일반 청약에서 처리되지 못한 물량을 무순위 청약으로 처리하는 것을 투기로 볼 지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부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이번 개선안을 내놨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미계약물량 발생과 공급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무주택 실수요자가 더욱 많은 기회를 얻도록 제도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확대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아 당첨되기 어려웠던 30~40대 젊은층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갈 것”이라며 “무순위 청약 물량을 줄이고 청약 자격을 갖춘 실수요자들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