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9 포르투 마지막, 이 멋진 곳에 홀로 있다니.../ 한의사 이상용 원장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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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9 포르투 마지막, 이 멋진 곳에 홀로 있다니.../ 한의사 이상용 원장 가이드
  • 류호진 기자
  • 승인 2020.10.12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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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찐팬들과 함께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4 포르투 마지막, 이 멋진 곳에 홀로 있다니.../ 한의사 이상용 원장 가이드 한의사 이상용 원장은 대전대학교한방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전 유성에서 '용한의원'을 개원, 운영하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상용 원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여기에 옮겨 놓는다.

 나의 여행기 9 (2018.5.14.~16.) (포르투 porto) 4 도우루 강! 강 사이로 마주보는 히베리아 광장이 있는 구시가지와 포트 와인 저장고 들이 모여 있는 빌라노바 데 가이아 지구(Wine spot), 두 곳을 이어주는 복층의 동 루이스 다리. 이곳은 한 곳 한 곳이 예술이지만 함께 어우러지면 최고의 서정과 낭만을 연출하는 무대이자 셋트장이 되어 포르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강 양쪽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버스킹 공연, 카페와 사람들, 높다란 동 루이스 다리 2층을 왕래하는 사람과 전철, 1층을 통과하는 자동차, 아치형 교각을 통과하여 강을 가로지르는 유람선과 작은 배, 빌라노바 가이아 지구 부두로 내려가는 케이블카… 이 모든 것들이 하나 되어 멈춘 듯 움직이고 움직이지만 멈추어 있다. 시간은 흐르지만 순간 순간이 슬라이드 화면으로 다가온다. 같은 장소도 햇빛의 방향과 농도에 따라 팔색조로 변한다. 한 곳에 머물 수 없다. 히베리아 광장에서 버스킹을 관람하다. 동 루이스 다리 위를 지나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오가는 유람선, 햇빛에 반짝이는 도우루 강물과 방금 전까지 앉아 있다 떠나온 히베리아 광장의 카페... 빌라노바 데 가이아 지역으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히베리아와 구도시, 동 루이스 다리를 되돌아 본다. 관찰하던 곳에서 관찰 당하는 곳으로 주객이 전도 되었다. 방향이 다르고 강을 건너왔을 뿐 주체와 객체는 하나가 되어 구분할 수 없다. 빌라노바 데 가이아 지구 강변에서 반대편 구도시를 바라본다. 지나간 시간이 주는 아늑함과 포근함으로 다가오는 빈티지한 아름다움은 어떤 그리움을 가슴에 전해준다. 포르투 와인의 생산지이자 수출을 담당하느라 수 많은 교역선들이 오고 갔던 부두와 강변을 거닐며 강 건너 구도시의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에 도취되기도 하고 바람에 실려 오는 기타와 바이올린의 선율에 마음을 빼앗긴다. 오후의 따가운 햇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노닐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간다. 이곳에 널려있는 와이너리를 찾아보기 위해서이다. 지금껏 만났던 다른 지역의 와이너리는 산중턱이나 넓은 평원에 심어진 포도나무를 배경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곳은 다르다. 주황색 지붕을 가진 창고형 건물들이 조그만 골목 사이로 넓은 터를 차지하며 고유의 문양과 글씨로 그곳이 포트 와인의 생산지 임을 알리고 있다. 포도나무는 눈에 띠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눈에 익숙한 브랜드 테일러 와이너리를 비롯한 수십 종의 포트 와인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포트 와인의 보물창고인 셈이다. 포트 와인은 영국인의 와인 갈증에서 탄생된 배경이 있다. 프랑스에서 수입하던 와인이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으로 와인의 공급이 끊기자 대안으로 포르투 와인을 수입해서 와인을 공급하였다. 문제는 포르투에서 영국까지 오랜 시간 동안 배로 운송하다 보니 와인이 변질되어 마실 수 있는 와인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운송과정 중에 선원의 실수로 와인에 브랜디가 섞여 들어가면서 기존 와인과 다른 와인이 탄생된 것이다. 와인의 숙성 과정에서 높은 알콜 도수의 브랜디를 일정 비율로 희석하면, 브랜디에 사용된 과일의 향과 브랜디의 높은 도수가 포도의 급격한 발효를 억제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트와인은 18도에서 20도 정도로 보통의 레드 와인이 가진 13~16도 알코올 함량보다 다소 높은 알콜 도수를 가진다. 각 와이너리에서는 돈을 지불하면 와인 저장 창고 투어나 시음을 해볼 수 있다. 높은 도수에 단맛이 많고 바디감이 적으니 내 취향은 아니다. 와이너리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강 건너의 클레리구스 탑이 골목 사이로 나타난다. 강변으로 나오니 배가 고프다. 강건너 카페가 밀집된 히베리아 광장으로 돌아갈 때를 대비하여 케이블카 왕복권을 끊었건만 5시에 운행이 종료되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배고픔과 피로감을 안고 계단 언덕을 올라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 히베리아 광장 방면에 도착한다. 다리와 강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 음식을 즐기며 석양 무렵 도우루 강의 정경을 기억에 담는다. 포트와인 때문인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파두Fado의 노랫가락 영향인지 외로움이 엄습한다. 많은 인파와 강에 떠다니는 선박과 철교를 지나가는 노란 전동차, 음식을 노리는 겁없는 갈매기 그리고 나. 이런 멋진 장소에 홀로 있으니 낭만과 환희 보다는 고독과 쓸쓸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다음에는 혼자 오지 않으리라... 맥주 한 잔을 더 마시며 허전함을 채워넣는다. 길거리 악사들의 공연은 이어지는데 조명등에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 사위는 어둠 속에 빨려 들어가지만 이 정경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 불빛이 햇빛을 대신하며 한낮의 영화를 재건하려 한다. 이 모든 것을 한눈에 담기 위하여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 세라도필라 전망대를 찾아 오른다. 많은 연인들이 요소요소에 모여서 깊어가는 포르투의 밤 만큼 각자의 낭만과 사랑을 기억에 담고 있다. 불빛에 비치는 도우루 강물이 바람에 살랑이는 은사시나무 이파리 떨리듯이 가냘프게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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