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화재 조사단 “화재 원인은 배터리 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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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화재 조사단 “화재 원인은 배터리 결함”
  • 최정 기자
  • 승인 2020.02.0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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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10월 발생한 화재 5건중 4건 ‘배터리 문제’ 결론
업계 “외부요인 가능성 배제 못해…배터리 업계만 겨냥”

지난해 8~10월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에 대해 정부 조사단이 화재 원인을 ‘배터리’로 결론 내렸다. 지난해 6월 1차 발표 당시에는 배터리가 아닌 관리‧운영 미흡 등 외부요인을 원인으로 지목한 것과 다른 결과여서 업계의 반발이 크다.

작년 10월 화재가 발생한 경남 김해시 한리면 태양광발전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경남소방본부 제공

조사단 “높은 충전율‧배터리 이상 결합된 화재 추정”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충남 예산, 강원 평창, 경북 군위, 경남 김해, 하동 등 5개 지역에서 작년 8월 이후 발생한 ESS 화재 사고에 대해 원인 조사를 실시하고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ESS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보관시설이다.

조사단은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운영기록 등을 분석하고 현장조사, 배터리 해체·분석, 유사 ESS현장 검측, 입체 단층 촬영(3D X-ray CT) 검사 및 검증시험 등 광범위하고 반복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각 조사별로 초동조사 5회, 합동조사 5회, 사고 사업장 재조사·유사현장 검측 15회, 조사단 전체회의 11회, 전문가 소그룹회의 4회, 기업면담 7회, 관련기관 협의 3회, 3D 엑스레이(x-ray) 등 정밀분석·검증시험 12회 등이다.

조사단 조사 결과 예산, 평창, 군위, 김해 등 4곳에서 발생한 화재는 배터리가 원인으로 ‘배터리 단락으로 추정되는 저전압 및 이상 고온’ 문제를 지목했다. 배터리 단락이란 분리돼야 할 음극과 양극이 금속 등 도체로 연결되는 것으로 단락이 생기면 전지에 열이 생겨 발화될 수 있다.

강원 평창 화재는 배터리에서 충전상한·방전하한 전압의 범위를 넘는 운영기록을 확인했고 배터리 보호동작이 정상 가동되지 않았다. 경북 군위와 경남 김해 화재에서는 CCTV 영상으로 배터리에서 최초 연기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예산과 평창, 군위의 화재 ESS에 쓰인 배터리는 1차 조사 발표 전에 벌어진 화재 사건들 이후 70~95%로 줄였던 충전율을 다시 95~100%로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나머지 한 곳인 하동 사고는 노출된 가압 충전부에 외부 이물질이 접촉해 화재가 발생된 것으로 추정했다. 배터리 이상으로 지목할 수 있는 운영기록은 확인되지 않았고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영향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조사단은 “높은 충전율 조건(95% 이상)으로 운영하는 방식과 배터리 이상 현상이 결합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충전율을 낮춰 운전하는 등 배터리 유지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화재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결과는 앞서 지난해 6월 1차 조사결과에서 2017~2018년 사이 발생한 20여건의 화재사고 원인을 관리·운영 미흡 등 외부 요인으로 돌린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ESS 화재사고 조사단의 김재철 공동 조사단장(숭실대 전기공학부 교수)은 브리핑에서 “1차 때는 ESS 시설이 전부 다 탔다”며 “당시에는 나쁜 설치 환경과 보호장치 미흡 등 환경적인 문제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2차 조사에서는 블랙박스가 남아있어 정확한 발화지점 위치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재철 ESS 화재사고 조사단 공동단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ESS화재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LG화학‧삼성SDI “동일한 배터리의 해외 ESS는 문제없어”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과 삼성SDI는 조사단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조사 대상 화재사고 5건의 배터리 제조사는 발생일 순서로 충남 예산(작년 8월30일 발생)과 군위(작년 9월29일), 하동(작년 10월21일)은 LG화학 제품이며 평창(작년 9월24일)과 김해(작년 10월27일)는 삼성SDI 제품이다.

LG화학은 조사단 발표 직후 “지난 4개월 동안 실제 ESS 사이트를 운영하며 가혹한 자체 실증 실험에선 화재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삼성SDI도 “조사단이 발표한 배터리는 화재 현장의 배터리가 아니고 발화의 원인이 배터리라는 점도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LG화학은 “용융 흔적이 있다고 해서 발화지점이라 해석하는 건 무리”라고 밝혔고, 삼성SDI는 “조사단이 주장하는 큰 전압 편차는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의 차이이므로 화재가 발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LG화학 배터리가 사용된 충남 예산 ESS 화재의 경우 ‘외부 환경 영향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조사단 발표에 대해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인한 화재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ESS 화재로 수천억원대 손실을 본 배터리 업체 입장에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에만 3000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해 화재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삼성SDI도 최대 2000억원을 투자해 특수 소화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날 조사단이 배터리가 원인이라고 발표하면서 ‘리콜’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 경우 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업계는 또 ‘조사단이 배터리 업체만 겨냥한다’며 반발한다. ESS는 배터리 외에도 전력변환장치(PCS) 등 부품업체와 운영시스템(EMS), 관리시스템(BMS), 설치·시공업체 등 4~5개 사업자가 함께 관여한 종합 시스템인데, ‘배터리 책임론’만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와 동일한 배터리를 탑재한 해외 ESS에선 화재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들며, 조사의 면밀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반면 조사단은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도 내부 발화시 나타나는 흔적을 발견하는 등 화재 원인을 정확히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1차 조사위의 분석, 실험검증, 현장조사 검토자료 등을 활용해 더욱 효과적이고 정밀하게 분석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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