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과로가 미덕? “전 칼퇴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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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과로가 미덕? “전 칼퇴할랍니다”
  • 최정
  • 승인 2019.06.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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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TBS 드라마 ‘저, 정시에 퇴근합니다’
과로사‧과로자살 만연한 日 사회에 파장
근로시간 상한 등 장시간 노동 점차 개선
일본 TBS드라마 '저, 정시에 퇴근합니다'의 한 장면. TBS 홈페이지
일본 TBS드라마 '저, 정시에 퇴근합니다'의 한 장면. TBS 홈페이지

연간 2000여명이 과로사‧과로자살로 목숨을 잃는다는 일본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성실노동’, ‘초과근무’가 당연시 여겨졌던 직장문화 대신 ‘칼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TV드라마에도 녹아들고 있다.

일본 TBS 드라마 ‘저, 정시에 퇴근합니다’는 30대 여성 웹디렉터로, 오후 6시만 되면 칼 같이 퇴근하는 주인공 히가시야마 유이(요시타카 유리코)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다룬다. 물론 밥 먹듯 야근을 하는 팀원들은 그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드라마는 오히려 정시 퇴근을 강조하는 사장과 열심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직원들, 이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못지 않은 ‘과로사회’인 일본의 직장문화를 되돌아보게 한다.

뉴욕타임즈는 18일(현지시간) “일본 노동자들이 왜 직장에서 일과 여가의 균형을 찾기 어려운지 공론화를 촉구한다”고 이 드라마를 소개했다.

드라마 원작자인 아케노 카에루코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대학을 졸업했을 때 일본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다”며 “그 시기 졸업한 사람들은 자신이 쓸모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 두려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성장후 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노동의 가치가 높아졌다. 또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일본정부와 기업도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 ‘과로자살’의 저자 가와히토 히로시 변호사는 일본 경찰청 통계 등을 분석해보면 1년에 2000건 이상의 과로자살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과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일본 정부는 장시간 노동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일하는 방식 개혁법’을 시행하고 있다. 시간외 노동의 상한시간을 둬 과로를 막자는 것이 취지다. 일본은 주 40시간 노동을 규정하면서도 노사협약을 통해 ‘무제한 초과근무’를 할 수 있게 길을 열어뒀었다. 일하는 방식 개혁법은 노사합의가 있어도 연간 720시간을 넘어 초과근무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일본 노동계는 이 법안이 장시간 노동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장시간 근무를 조장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사회의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 됐고 실제 제도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저, 정시에 퇴근합니다’의 주인공이 일하는 회사의 슬로건은 이렇다.

“회사를 위해 내가 있는 게 아니다. 나를 위해 회사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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