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핵 빼고 경제 강조한 北 9·9절 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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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핵 빼고 경제 강조한 北 9·9절 열병식
  • 김성서
  • 승인 2018.09.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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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발 자제…중국은 최고 손님 대우
대외 메시지 없이 내부 행사 의미 강조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의 정권 수립 기념일(9.9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의 모습.CNN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정권 수립 기념일(9.9절) 70주년 기념행사를 내부적으로는 성대하지만 외부적으로는 조용히 치르고 있다.

북한은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9.9절 계기 열병식을 진행했다. 1만 2000여 명의 군인과 5만여 명의 시민들이 광장에 모인 가운데 다만 대미 강경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전략 무기는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 외에는 과거 열병식에서 등장한 것과 대체로 유사했다. 신형 자주포와 개량형 지휘 장갑차가 새로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는 대외 메시지에 해당하는 수준의 전략 무기로는 보기 어렵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대중 연설도 없었다. 다만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경제 건설을 독려하는 연설하며 내부 다지기에 나섰다.

이 같은 북한의 행보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다시 친서를 보내는 등 북미 대화 재개에 나서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이번 열병식을 통해 ‘우리는 달라졌다’ 모습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북미 싱가포르 선언 전과 후가 다르다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며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존중하고 신뢰한다고 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신뢰의 행동을 먼저 보이겠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북한은 중국을 상당히 의식한 모습도 보여 줬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로 방북한 중국 권력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김 위원장과 나란히 주석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하면서다. 또 김 위원장은 열병식 말미에 리 상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중의 환호에 화답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등 이번 열병식의 ‘최고 손님’으로 대우해 줬다.

이는 시 주석에 이어 사실상 국가서열 2위로 알려진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 7일 저녁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9.9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에 대한 화답의 차원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중국을 대우하며 북중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려는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ICBM 등의 전략 무기 비공개는 물론 김 위원장이 대중 연설을 하지 않은 것 역시 중국을 배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1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9·9절 기념행사를 대외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내부 잔치에 맞춰 치를 것으로 보인다. 대외 메시지 표출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중앙보고대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최하지 않았다.

또 김 위원장의 대중 연설은 정치적으로 무게가 실리는 행사가 아닌 5년 만에 재개되는 집단 체조 ‘빛나는 조국’의 첫 행사 등에 맞춰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연셜의 핵심 메시지 역시 애민과 경제 건설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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