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조사단에 주민 포함…정보공개 등 근본적 체질 개선”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뻔한 한빛원전 1호기의 열출력 급증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원전을 가동하는 실무진부터 관리‧감독하는 기관까지 총체적 안전불감증을 드러내 우려를 낳고 있다. 전남 정치권과 지역주민들은 책임자 처벌과 관리감독 방안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고, 시민단체들은 더 나아가 한빛 1호기 폐쇄를 촉구했다.
22일 원안위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정비를 마친 한빛 1호기의 제어능력 시험가동 중 설비 운전자의 제어봉 조작실수로 열출력에 이상상황이 발생했다. 제어봉은 원자로 출력을 조절하는 일종의 브레이크다. 열출력은 제어봉 조작을 통해 1시간에 최대 3%씩 높여야 한다. 하지만 당시 운전자의 계산실수와 판단오류로 1분만에 지침서상 제한치(5%)보다 3~4배 넘는 18%까지 치솟았다.
원자로의 열출력이 제한치를 넘어서면 수동으로 원자로를 정지시켜야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공사(한수원)는 한빛 1호기를 계속 가동했다. 열출력이 18%까지 올랐음에도 제어봉 삽입으로 2분만에 1% 이하로 감소하자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면허자의 직접 운용 또는 감독하에 제어봉 조작이 이뤄져야 했지만 무면허 정비원이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원전 운영지침 사항을 제대로 파악하고 거기에 따라 적기에 조취를 취하지 못한 것에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도 도마위에 올랐다. 원안위는 열출력 이상이 발생한 당일 오전 보고를 받고도 즉시 원자로 가동중지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원안위는 한수원으로부터 원자로 증기 발생기 수위가 올라가 보조 급수 펌프가 가동됐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한빛 1호기가 12시간 가까이 가동되도록 방치했다.
원안위는 조사가 길어져 조치가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조치를 먼저 취하고 조사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원전은 핵분열 반응 속도를 조절하면서 그 열을 쓰는 것이고, 이를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핵분열 반응이 급증하게 되면 폭발로 이어진다”며 “체르노빌 사고도 그런 과정으로 폭발했다”고 말했다.
한빛 1호기 불안감이 확산되자 광주와 전남, 전북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한빛원전의 안전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핵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원안위는 주민이 포함된 조사단을 구성해 정보공유와 원안위의 규제실패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는 것은 물론 매번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제기되는 운영 및 보고 지침, 정보공개 방안과 관리·감독 방안 등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수원은 발전소장과 발전팀장 등 책임자 3명을 직위해제했다. 또 원안위는 현재 특별사법경찰을 한빛원전에 투입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