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의 시절잡설]‘시카고의 자식들(Chicago′s Boys)’과 성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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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의 시절잡설]‘시카고의 자식들(Chicago′s Boys)’과 성조기
  • 김성서
  • 승인 2018.06.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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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박현 시인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시를 쓰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소박한 대답을 세상을 ‘흘겨보면서’ 나누고자 한다.

성조기는 1776년 7월 4일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1777년 6월 14일에 미국의 국기로 정식 채택되어 대영제국의 국기 대신 사용하게 되었다. 적색 및 흰색으로 이루어진 13개의 가로줄과 푸른 바탕에 흰 별들이 그려진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3개의 가로줄은 독립할 당시 존재했던 13개 주를 의미하며, 50개의 별은 미국의 현재 주의 숫자를 상징한다. 1959년 하와이가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면서 1960년 7월 4일 이후 흰 별의 수가 50개가 되었다. 1777년에 채택된 최초의 성조기에는 13개 주를 상징하는 13개의 별과 13개의 줄이 그려져 있었다. 이후 미국의 새로운 주가 승인되면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성조기에 새로 승격된 주의 수만큼 별을 더 추가해 그려 넣는다(다음백과 참조).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를 신물이 나도록 보게 된 장소는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장에서였다. 박사모 회원들의 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들려 있었다. 성조기가 얼굴을 내민 곳은 또 있었다. 그곳은 바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집회장에서였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과 성조기를 흔드는 것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 2015년 6월, 50개 주 전역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린 바 있다는 사실을 성조기를 흔드는 동성애 반대자들은 알고나 있는 것일까? 

지난 7월 2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문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남북대화를 주도하겠다는 제의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너무나 당연한 주장으로 받아들였는데 오히려 우리 내부에서는 행여나 미국과 의견이 다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다.” 

동북아시아의 정세라는 국제적 역학관계를 무시해야 한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지만 남북한의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그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의 문제라는 사실을 언제부터인가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남북한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주체가 남북한 당사자가 아니라 미국이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이 중국과 일본, 러시아의 눈치를 보며 대북정책에 대한 그들의 승인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는 불행한 사실 앞에서 과연 우리에게 주권이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신식민지 지배 체제 아래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의 수재들을 선발하여 자국에서 공부를 가르쳤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그들은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의 경제학자로 성장하였다. 그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 고위 관료가 되거나 학계·재계에서 하나의 폐쇄적 써클을 형성하여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이들을 ‘시카고의 자식들(Chicago′s Boys)’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미국의 교육 영향으로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을 신조처럼 믿는 사람들로서, 이들을 육성하는 미국의 제국주의정책은 제임스 쿠가 말하듯이 제국의 마인드를 현지에 그대로 실천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두뇌이식”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미국에서 교육받은 현지 엘리트는 인종적으로는 그 나라 사람이지만, 지적으로는 미국인이다. 

성조기와 미국이 우리가 당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왜곡된 믿음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미국은 절대선이요 세계의 경찰이라는 신앙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 신봉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국이 솔로몬처럼 우리가 당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의 근원에는 시카고의 자식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글에서 나는 지금도 살아있는 이중생을 처단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시작하는 첫걸음이라고 썼다. 이중생은 친일부역자의 후손, 친일파의 후손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미국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시카고의 자식들 또한 새로운 이중생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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