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잃고 나서야…뒤늦은 국가보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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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잃고 나서야…뒤늦은 국가보호망
  • 최정
  • 승인 2018.10.2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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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가정폭력 22년…이혼후엔 살해협박
법원 접근금지 명령에도 결국 아내 살인
경찰, 세 딸에 심리치료‧법률상담 등 지원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흉기로 살해한 전 남편 김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25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6일 남겨진 세 딸과 유가족을 법무부 산하 한국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연계해 치료와 법률상담, 사후 보호조치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뉴스1

22년간 계속된 가정폭력과 3년간의 살해협박, 위치추적기와 가발까지 동원한 치밀한 계획에 이은 살해까지.

'아버지의 무한 폭력' 앞에서 신음했던 가족들은 25년 만에 엄마를 잃고 난 뒤에야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됐다. 너무 늦어버린 손길이었다. 이혼한 아버지 김모씨(49)가 5년 전 상해죄로 불구속 송치됐을 때도, 흉기를 들고 찾아와 협박했을 때도, '같이 죽자'며 집에 불을 질렀을 때도 가족을 지켜줄 울타리는 없었다.

휴대전화 번호를 10여차례 바꾸고 거처도 6번이나 옮겼지만 김씨는 기어코 가족 앞에 다시 나타났다. 법원의 접근 금지명령도 그를 막지 못했다. 김씨의 폭력은 어머니 이모씨(47)가 무참히 살해된 지난 22일까지 계속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6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된 김씨를 구속한 한편 남겨진 세 딸과 유가족을 법무부 산하 한국범죄피해자지원센터(지원센터)에 연계해 치료와 법률상담, 사후 보호조치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크게 △심리 치료 △법률상담 및 국선변호사 선임 △장례비용 △유족 지원금 △사후 보호조치로 분류되는 피해자 지원을 받게 된다.

먼저 피해자 보호 전담 경찰관은 유가족을 지원센터에 연계하면서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필요한 조치 등을 요청한다. 지원센터는 이를 토대로 유가족에게 필요한 치료나 법률상담, 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장례 구조금은 최대 300만원, 유족 지원금은 최대 1억8000만원까지 지원된다. 경찰은 법무부와의 꾸준한 협업을 통해 지속적인 심리치료와 법률상담, 국선변호인 선임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먼 이야기지만 김씨가 유기징역을 선고받아 만기출소한 뒤 다시 가족에게 복수할 위험성을 고려한 신변보호 조치도 현 단계에서 마련된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김씨가 실형을 산 뒤 출소한다면 충분히 가족들의 신변위험이 예상된다"며 "그 보호의 일환으로 가족들에게 '스마트 워치'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순찰과 감시를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변 보호를 요청한 사람이나 범죄 피해자에게 제공되는 경찰 '스마트 워치'는 위기에 직면한 피해자가 시계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신고가 접수되는 장비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피해자의 위치정보와 감시 대상자의 정보를 동시에 확인해 현장으로 출동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빠른 회복과 치유, 범죄에 따른 치료비나 피해보상이 적정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범죄피해자 지원의 목적"이라며 "이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세부절차 마련은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2일 오전 4시45분쯤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부인 이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도주한 혐의(살인)로 긴급체포돼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범행 전부터 이혼한 부인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고 동선을 파악하고 범행 당시에는 가발까지 준비하는 등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25년간 계속된 전 아버지의 폭력 끝에 결국 어머니 이씨를 잃은 세 딸은 "끔찍한 가정폭력으로 인해 엄마는 아빠와 살 수 없었고 이혼 후 4년여 동안 살해협박과 주변가족들에 대한 위해 시도 등 많은 사람이 힘들었다"며 김씨의 사형을 청원했다.

이들은 "온갖 방법으로 찾아내 엄마를 살해위협 했으며 결국 사전답사와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으로 엄마는 허망하게 하늘나라로 갔다"며 "이런 아빠를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또 다른 가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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