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유치원 공개에도 속 타는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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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유치원 공개에도 속 타는 학부모
  • 최정
  • 승인 2018.10.25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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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교육청 일제공개…비자금‧회계비리 낱낱이 드러나
명단 올라도 대책없어 막막…낮은 처벌 수위에 분통도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이 발표된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최대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조치는 너무 충격적이며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오늘 오후로 예정된 입장발표를 취소했다. 이번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는 국공립유치원 신증설 계획 조기 달성과 사립유치원의 국공립화,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전면도입,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폐원시 대책 등이 담겼다. 뉴스1

전국 교육청이 25일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 가운데 이를 확인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숨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울·부산·경남·제주·인천 등 17개 교육청은 이날 감사 결과 지적을 받은 사립유치원 이름을 실명으로 밝히고 처분내용 등을 담은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지난 18일 교육청 차원에서 2013~2017년 시·도 교육청별 유치원 감사결과를 유치원 실명, 적발내용, 시정 상황등을 포함해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서울·경기·대전·부산처럼 공립유치원도 감사를 했거나 기존에 공개되지 않은 경우에는 공립 명단도 함께 게시했다.

서울 해림유치원은 원장부부의 개인차량 운전자보험이나 저축보험, 화재배상보험료로 매월 130만원 가량을 유치원 운영비에서 납부했음이 확인됐다. 서울 벧엘유치원에서는 원장부부의 개인 출퇴근차량 보험료, 자동차세, 주유비, 수리비 645만원 가량을 유치원 운영비로 집행했다.

충북 청주의 청남유치원은 직원(운전원)을 이중으로 채용하는 방법 등으로 수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동청주유치원 원장은 공금을 의류와 화장품 쇼핑에 쓰는 등 유치원 회계를 마치 쌈짓돈처럼 쓰기도 했다.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받아본 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 학부모는 지역 맘카페에서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명단에 있었다"며 "그냥 넘겨야할지, 유치원에 물어봐야할지 화가난다"고 밝혔다. 다른 학부모도 "사립유치원은 거의 안 걸린 곳이 없는 것 같다"며 "비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명단을 보니 씁쓸하다"고 전했다.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려던 학부모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서울지역 맘카페의 한 회원은 "우리 아이 보내려고 눈여겨보던 곳이 명단에 있었다"며 "내년에 아이를 어디에 보내야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기 동탄지역의 한 학부모 역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고 했었는데 이번에 비리유치원 사태가 터지면서 7세까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있다"며 "맞벌이라 아이를 계속 볼 수 없는 상황인데 아이에게도 미안하고, 막막하다"고 우려했다.

처벌수위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례로 서울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이 지적을 받은 사립유치원 측에 신분상 처분을 요구했지만 절반 이상이 '징계 없음'으로 결론내렸다. 경징계·중징계 처분은 한 건도 없었다. 경징계보다도 낮은 수위의 경고(68건)나 주의(40건)에 그쳤다. 한 맘카페 회원은 "서울은 사립유치원 적발비율이 70%라는데 조치는 주의나 경고 뿐"이라며 "처벌이 약하니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번 감사결과가 전수조사 결과는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우리 지역에서 적발된 곳은 2곳 뿐이지만 전수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지 못하겠다"며 "특히 원생이 많고, 원비가 비싼 유치원들의 경우 심각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유치원 감사결과는 시도교육청이 자체 기준에 따라 일부 유치원을 선별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비리유치원 사태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에 높아지면서 일부 교육청들은 향후 유치원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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