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세상 톡톡] 티엔즈팡과 천안 원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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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 톡톡] 티엔즈팡과 천안 원도심
  • 김성서
  • 승인 2018.06.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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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낙후지역에서 가장 세련된 곳으로 뒤바뀐 티엔즈팡 입구.

지난주 상하이를 나흘간 관광했다. 사드 때문에 중국인의 대한(對韓)감정이 흉흉할 걸로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거리, 호텔서 만난 ‘평범한’ 중국인은 한국인이라고 밝혀도 스스럼이 없었다.

상하이서 인상적인 곳은 가슴 뭉클한 임시정부청사 외에 원도심 낙후지역를 재생시킨 티엔즈팡(田子坊)이었다. 어쩜 허름한 지역을 이같이 볼 것 많고 재미난 곳으로 둔갑시켰을까? 낡은 건물을 밀어 버리지 않고 그대로 둔 채 내용물(콘텐츠)만을 바꿨다.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하는 좁은 골목에 따닥따닥 붙어있는 2~3층 옛 건물들. 족히 백년 가까이 된 듯하다. 2,3층에 살던 옛 주민이 그대로 둔채 1층을 예술문화인, 젊은이들이 빌려 공방, 전시장, 카페, 음식점으로 꾸몄다. 두 세평 남짓한 점포들이 제각각 독특한 색깔을 내며 이방인의 눈을 끌었다.

서울의 인사동, 북촌과도 다른 분위기였다. 좁은 미로를 헤매며 각종 작은 공방을 들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역이 그리 넓지 않아 길을 잃어도 금세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천안으로 치면 중앙동 벽화거리의 좁은 골목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이곳은 단층 집이 아니라 2~3층이라 더 좁은 느낌이었다. 천안 명동거리 골목이 이렇게 변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엔즈팡엔 이곳 개발사(史)를 보여주는 곳이 있다. ‘전세(前世, 과거)’ 부분을 보자. “프랑스조계(租界) 시기엔 중국과 서양 양식이 교차하던 지역이었다. 전형적 중국 시골 집과 서양식 공동주택이 공존했다. 그 가운데 수공업공장, 담배공장 등이 1980년대 후반까지 지속됐다. 그렇지만 31년 저명한 화가(汪亞塵)부부가 이곳에 들어오면서 티엔즈팡에 예술의 씨앗이 뿌려져 티엔즈팡의 모태가 됐다.”

‘금생(今生, 현재)’ 부분은 이렇게 썼다. “1998년 천이페이(陈逸飞, 화가)와 얼동치앙(尔冬强, 사진작가) 등 문화 명사들이 이주했다. 그러더니 문화예술인이 점점 더 모여들기 시작했다. 창의적 개조정신이 충만했다. 오래된 골목, 옛 공장의 벽, 집 구조가 바뀌면서 생기가 돌았다. 명성은 급속도로 퍼졌다. 2004년 중국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란 평가를 받아 ‘국가AAA 경관지역’이 됐다.”

역시 사람이다. 원도심 재생은 절대 돈으로 되지 않는다. 예술적 감각과 톡톡 튀는 발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천안시가 역앞 원도심을 살리려면 수억원 들여 보도블록이나 바꿀 게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

최근 천안시는 원도심에 도시재생사업 전문가가 모였다는 홍보자료를 냈다. 문화예술지역, 청년몰 조성 전문가들이 원도심 부활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더 보배스러운 이들은 여기에 터를 잡아준 사람들이다. 문화기획사 자이엔트의 김성묵 대표, 천안 1호 게스트하우스 최광운 대표 등 젊은 문화운동가들. 천안에 낭만극장이란 훌륭한 실버공간을 차린 박진용 대표. 천안 원도심엔 보석같은 존재들이다. 터줏대감으로 눌러앉아 변화엔 적응않고 알량한 이익만 챙기려는 상인, 건물주보다 더 필요한 존재다. 티엔즈팡을 혁신시킨 얼동치앙도 최근 치솟는 임대료에 그 곳을 떠났다고 한다. 그렇지만 죽 쒀 개를 주더라도 죽은 쑤고 볼 일이다.

<다른시각 충남서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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