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고영한 “부적절해 보여도 형사범죄 아냐”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공모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혐의를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2월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 위작공전자기록 등 행사 등 47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고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의 공범으로 적시됐다.
이날 피고인석에 선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공소사실 모든 것이 근거가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은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라면서 “모든 것을 부인하고, 이에 앞서 이 공소자체가 부적법하다”며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박 전 대법관 역시 “개별 공소사실에 관해 사실관계, 법리적 문제를 다투는 취지로 변호인이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 의견서를 원용하고 피고인도 같은 의견”이라고 밝혔다.
고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을 하면서 대법원장을 보좌하며 국민의 신뢰 없이는 사법부 신뢰가 없다는 ‘무시불립’의 신념으로 지냈다”면서 “공소사실은 마치 제가 이런 소신을 저버렸다고 비난하고 있어 사실 여부를 떠나 참담하다”고 말했다.
또 “사법행정권자들은 법관의 재판 업무와 달리 조직의 위상을 강화하고, 목표들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폭넓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런 조치가 사후에 보기에 다소 부당하거나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을지라도 이를 형사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와 31일, 다음달 5일 세 번에 걸쳐 검찰 측 서증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7일부터는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