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업체·수입사만 배불리는 전기이륜차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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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업체·수입사만 배불리는 전기이륜차 보조금
  • 김성서
  • 승인 2019.05.0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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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원대 中제품 국내선 400만원대 육박
“스펙 비슷한데 정부 보조금만 200만원”
환경부 “생산원가 반영해 보조금 조정”
정부가 원가 고려 없이 전기 이륜차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중국 업체와 수입사에 보조금이 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전기 이륜차를 시승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전기 이륜차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운데 가운데 중국에서 100만원대에 팔리는 전기 이륜차가 국내에서는 200만원이 넘는 보조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수입된 중국산 전기 이륜차에 원가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 중국 업체와 수입사만 배불리며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 보조금 230만원을 받는 경·소형 전기 이륜차 10종 가운데 2종은 국내 제조시설이 없는 업체가 중국에서 수입·유통하는 제품이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중국에서 한국의 보조금 액수보다 적은 10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한중모터스가 중국 ‘야디(YADEA)’로부터 수입·판매하는 ‘Z3’의 국내 출시 가격은 385만원이다. 이 제품은 보조금을 받으면 155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데, 유사한 스펙에 내수용으로 팔리는 ‘야디 Z3s’의 중국 가격은 8688위안(약 149만원)이다. 두 모델은 최대출력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200만원이 넘을 정도의 차이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인에이블인터내셔널이 중국 전기 스쿠터업체 ‘니우(NIU) 테크놀로지스’로부터 수입·판매하고 있는 ‘NIU N PRO’는 369만원으로 한국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139만원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의 중국 판매가격은 9999위안(약 173만원)이다. 한국에서 팔리는 제품과 중국에서 팔리는 제품의 디자인·사이즈는 별다른 차이가 없고, 배터리 용량도 동일하다.

보조금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은 수입업자들만이 아니다. 국내 이륜차 점유율 선두인 대림오토바이가 판매하는 ‘재피(Zappy)’는 중국 ‘종쉔’의 ‘CINECO T3’를 수입한 제품이다. 두 제품은 출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펙이 같지만 가격 차이는 크다. 중국 판매 가격은 1만288위안(약 177만원)수준이지만 한국에서는 395만원에 판매되고 있고, 보조금을 받으면 165만원 수준이다.

수입사들은 수입하면서 드는 관세, 부가세, 운송비 등으로 단가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특히 중국 내수용과 한국 수출용의 세부 스펙이 다른 만큼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인에이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한국 보조금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주행거리나 출력 등을 높여 중국 내수용과 다른 라인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중모터스 역시 “배터리 용량은 같지만 모터 성능이 다르고, 철제 프레임을 쓰는 중국 내수용 제품과 다르게 한국용 제품엔 알루미늄이 들어간다”며 “한국 사정에 맞는 사양을 반영했기 때문에 단가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중국산 전기이륜차의 한중 가격 비교.뉴스1

하지만 한국에 제조시설을 둔 전기 이륜차 업체들은 100만원대 제품이 한국에 수입되며 약간의 업그레이드 후 300만원 넘는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활용하기 위해 수입업체들이 가격을 부풀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의 전기 이륜차 보조금은 1회 충전 거리, 최고속도, 가속도, 배터리 종류 등 성능과 환경효과를 고려해 차등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국비·지방비를 합쳐 250억원이라는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일정 기준만 통과하면 단순 수입된 제품이라고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보조금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수입·유통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정책적 목표가 뚜렷한 환경부가 전기 이륜차를 보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데까진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생산 원가도 고려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생산원가 등을 고려해 보조금 지원수준을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시장을 면밀히 조사한 후 생산원가 수준을 반영해 보조금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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