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세상 톡톡] 왕건상이냐 불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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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 톡톡] 왕건상이냐 불상이냐
  • 김성서
  • 승인 2018.06.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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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북면 대평리서 발견된 보협인석탑에 새겨진 시비왕 본생도 탁본. 시비왕(오른쪽)이 목천 출토 청동상과 비슷한 ‘왕(王)’자 통천관을 쓰고 있다./천안박물관 4회기획전 도록

지난 6월 천안 목천에서 발견된 청동상이 향토사학계 주장처럼 고려 태조 왕건상(王建像)인지, 아니면 불상(佛像)인지 그 ‘정체’가 궁금하다. 문화재청이 신고자 보상금을 1000만원으로 높게 책정함(12월 16일 다른시각 보도)에 따라 청동상에 대한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청동상은 탑부조와 함께 ‘국가 귀속’으로 결정돼 조만간 보관관리할 기관이 선정된다. 이로써 일단 문화재청(국가)의 역할을 끝났다. 이제 천안시가 나서 청동상의 궁금증도 풀고, 또 천안박물관에서 보관 관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궁금증을 풀려면 문화재전문가를 초청해 학술대회를 열어야 한다. 천안시는 우선 학술대회에 참가할 전문가들과 함께 유물이 보관된 부여국립문화재연구소를 찾아 실물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문화재청으로부터는 그간 조사 결과, 평가심의소위원회 및 문화재위원회 회의자료도 넘겨 받아야 한다.

동시에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동반 유물인 석탑부재, 암막새 기와 등 ‘학술자료’16점을 인계받도록 해야한다. 천안서 출토된 유물을 가장 소중히 관리하고 연구할 곳은 천안시뿐이다. 이 때문에 시의 적극적 대처가 아쉽다. 지난 10월 문화재청은 청동상에 대한 조사를 끝냈는데, 시는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청동상에 대해선 “석가모니의 전생인 시비왕(尸毘王)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청동상 출토지와 멀지 않은 천안 북면 대평리 절터에서 나온 보협인석탑(국보, 동국대 소장) 탑신에 조각된 시비왕의 왕관 모양이 목천 청동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왕관 중앙의 오각형안에 왕(王)자가 새겨진 점, 관 측면 장식 등이 흡사하다.

반론도 만만치않다. 보협인석탑에 새겨진 ‘시비왕 본생도’는 석가모니가 과거 시비왕 시절에 매로 변한 제석천을 피해 도망 온 비둘기 대신 자신의 다리 살을 베어 매에게 주기 위해 저울에 다는 

시비왕 설화는 이처럼 시비왕과 제석천, 비둘기, 저울이 함께 나와야 설화로서 의미가 있다. 중국ㆍ인도네시아 등의 시비왕본생도도 불화, 부조로만 표현돼 있다. 목천 청동상처럼 입체형 동상으로는 시비왕 설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동상으로 표현된 시비왕은 세계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래저래 목천 출토 청동상 연구가 시급하다. 문화재청은 이런 궁금증을 시급히 풀어주지 못 한다. 천안시가 나서야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천안시 요청이 있으면 모든 면에서 협조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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