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33 스페인 마드리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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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33 스페인 마드리드4
  • 류호진
  • 승인 2021.04.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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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고비아 맛집 코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 (한의사 이상용 원장 가이드)
한의사 이상용 원장은 대전대학교한방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전 유성에 '용한의원'을 개원, 운영하고 있다.

나의 여행기 33

(2018. 5.26.~5.30.)

마드리드 Madrid 4 -세고비아-

마드리드에서 3일째 아침을 맞은 월요일이다.

오늘은 마드리드 근교의 옛 도시 세고비아와 톨레도를 방문하는 일정을 잡았다. 혼자서 두 도시를 찾아가려면 교통편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여행사를 물색하여 여행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파리에서 체험한 바 있어 마드리드 도착전에 예약을 했었다.

이른 아침 약속 장소인 에스파냐 광장을 찾아 나서는데 비가 내린다. 모자와 방수용 바람막이가 비를 막아보지만 역부족이다.

에스파냐 광장은 나무 울타리가 둘러진 공간에 세르반테스의 기념탑과 조각상, 넓게 조성된 수반과 공터로 이루어져 있다. 약속된 시각보다 일찍 도착하니 넓은 광장에는 혼자뿐 이다.

탑과 조각상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하지만 비를 피할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 마침 광장 한쪽 구석 바닥에 버려져 있는 낡은 우산이 눈에 들어온다.

우산을 주워들고 돈키호테의 작가와 주인공들의 형상이 있는 기념탑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남겨본다. 기념탑 중앙에는 세르반테스가 앉아 있고 그 앞에 로시난테를 타고 있는 돈키호테와 당나귀를 타고 있는 산초의 청동상이 비를 맞으며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기념탑을 둘러보는 사이 빗방울은 약해지고 여행사 관계자가 나타나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버스에 올라 여행사 직원의 안내를 듣고 잠시 눈을 붙인 사이에 세고비아에 도착한다.

-세고비아 Segovia-

세고비아는 작은 도시이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세고비아라라는 기타연주자와 악기가 있지만 도시 세고비아와는 관련이 없다.

세고비아를 찾게 되는 주된 이유는 로마 수도교와 성당, 알카사르를 보기 위함일 것이다. 버스에 내리자 구름 가득한 하늘을 받치듯이 웅장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있는 로마 수도교의 위용이 나타난다.

접착제 사용 없이 화강암을 쌓고 돌의 무게로 지탱하면서 2,000년 동안 태풍이나 지진의 피해를 입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로마 시대의 뛰어난 토목기술을 알 수 있는 문화 유적에 감탄하며 30m 가까운 상층부을 보기 위하여 올라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평이지만 미세한 높이 조절을 통해 1km 밖의 물을 도심으로 날랐다고 하니 로마인의 기술력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여행사 직원의 설명은 이어진다. 전체 길이가 약 728m이며, 무어인들의 침략으로 36개의 아치가 파괴되었지만 15세기에 다시 완벽하게 복구하여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한다.

도시 안에는 붉은 기와를 얹은 낡은 중세풍의 건물들이 좁은 골목 사이로 이어진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보니 너른 광장이 나타나고 한편에는 하늘로 뻗은 수십 개의 첨탑과 더 높은 곳 중앙에는 돔을 만들어진 스페인 최후의 고딕 양식 대성당인 세고비아 대성당이 나타난다.

노란색 빛이 도는 전체적 모습은 여인의 우아한 치마를 연상케 하는데 귀부인이라는 별칭이 이런 모습에서 유래된 것이 아닐까 한다.

내부는 긴 회랑과 회화와 조각 작품과 유물이 전시되어 있어 대성당의 위엄이 느껴진다. 세고비아 알카사르는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여왕이 즉위식을 가졌던 곳으로 스페인 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곳인데 절벽 위에 성을 짓고 깊은 해자를 만들어 방어에 빈틈이 없어 보이는 천혜의 요새이다.

역사와 전략적 요소는 무겁지만 성곽을 이루는 외부의 모습은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온다. 만화 영화 백설공주의 성의 모델이 바로 이곳이라 한다.

성채 내부는 아랍의 영향을 받아 청색 아라베스크 벽면과 아치 형태가 매우 돋보이고, 백설공주의 침대가 놓여있는 방도 볼 수 있다.

특히 각 방의 천정 장식이 독특한데, 마치 티베트 사원을 연상하듯이 붉은색 계통의 단청으로 화려하게 꾸며 놓았는데 성채의 벽에 뚫린 창으로는 멀리 계곡 아래 마을이 내려다보이는데 난공불락의 요새가 따로 없을 것 같다.

성 탑에 올라 대성당과 세고비아 시내를 내려다보며 관람을 마친다. 주요 관광 시설을 둘러보는데 한나절이면 족하다. 알카사르를 나와 점심을 먹기 위해 로마 수도교 부근으로 내려온다.

코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는 생후 2주 정도 된 새끼 돼지를 통으로 구운 요리인데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의 전통 요리로 세고비아가 원조라 하니 놓칠 수 없지 않은가?

수도교 근처에 있는 전통의 맛 집-꽃보다 할배 방송에 나왔던 음식점-에 들어가 요리를 주문한다.

바삭하게 구워진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을 함께 먹는 요리인데 가성비나 맛으로 따지면 나의 저렴한 입맛에는 삼겹살에 소주가 으뜸이다.

음식점 주인은 홀을 가득 채운 식객들에게 접시를 들고서 새끼 돼지를 4등분 한 후 접시를 바닥에 깨트리는 퍼포먼스를 보여 주며 접시에 갈라질 정도로 고기가 연하다는 것을 어필한다.

새로운 문화와 낯선 음식을 경험한 점심시간을 보내고 로마 수도교 부근에서 휴식 후 톨레도를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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