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고 폭발하고 감염되고…'연구실안전법' 무색한 연구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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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고 폭발하고 감염되고…'연구실안전법' 무색한 연구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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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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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현장]경북대 화재 피해 연구원 전신 80%에 3도 화상
"연구실안전법 하위법령 보완해 실질적인 연구자 보호와 사고 보상 필요"
27일 오후 4시30분쯤 대구 북구 경북대 화학관 1층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남여 대학생 4명이 다쳤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2019.12.27
27일 오후 4시30분쯤 대구 북구 경북대 화학관 1층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남여 대학생 4명이 다쳤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2019.12.27

지난해 12월27일 오후 4시30분, 대구 경북대 화학관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음이 들렸다. 불길은 화학물질과 만나 거세게 타올랐고 소방당국은 소방차 43대와 소방관 125명을 동원해 불길을 잡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험실 내에 있던 대학생 5명 가운데 4명이 다쳤다. 이중 한 학생은 온 몸의 80%에 3도 이상의 큰 화상을 입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심각한 후유증으로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고통속에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연구실 내 안전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020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여야가 입을 모아 연구실 안전을 위한 세부 법령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정 '연구실안전법'에 따라 연구실 내 사고로 상해를 당한 경우 기존 5000만원 한도의 보상이 최대 1억원까지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전 의원에 따르면 경북대 화학관 폭발 화재로 다친 학생은 현재까지 총 9억원 가량의 치료비가 청구됐으며, 학생과 가족이 감당할 수 없어 학교 차원에서 모금운동을 벌이는 상황이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에 경북대 화학관 화재로 큰 부상을 입은 학생의 가족을 참고인으로 신청했으나 증인 채택 자체가 무산되면서 연구실의 부실 안전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가족의 아픔을 토로할 참고인 증언을 듣지 못하게 됐다"면서 "경북대에서 발생한 폭발 화재로 해당 학생은 큰 후유증을 안게 됐으나 현행 법으로는 이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조정식 의원도 연구실 안전 환경에 동일한 문제제기를 했다. 조 의원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과학기술계 연구진이 안심하고 연구에 매진해야 할 연구실에서 최근 5년간 842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연구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8월까지 12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조 의원의 지적이다.

그는 "화재, 폭발 등은 물론 생물·의학 분야 연구실에서는 바이러스 및 세균 감염 등의 사고도 248건이나 발생했다"면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대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연구자 보호를 위한 안전관리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지적은 야당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됐다.

허은아 의원(국민의힘)은 "연구실안전법이 통과되어 앞으로 연구실 안전이 보다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이나, 하위법령 정비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면서 "정부가 추가 개정을 요청한다면 국회는 여야 없이 연구실 안전을 위해 법제도 정비를 돕겠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안전한 나라'에 분명 우리의 연구실도 포함됐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국가 인재인 우리 연구원들을 위한 안전 환경을, 마치 내 아이가 연구하는 환경이라 생각하시고 보다 심혈을 기울여 제도 개선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최기영 장관은 "여러 의원께서 주신 의견에 동감한다"면서 "현재 연구실안전법이 통과되어 하위법령을 정비하고 있고, 이 법률에 안전관리 인력과 예산관리 기준이 포함돼 있어 앞으로 많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연구실안전법 전부개정'을 통해 △연구자 보호 강화(안전점검, 사고조사 결과 등에 따른 긴급조치) △연구실 안전관리 체계 개선(연구실안전관리위원회 설치ㆍ운영 의무화) △연구실 안전관리 전문성 제고(연구실안전관리사 신설) 등의 내용을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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