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암흑물질 후보 ‘액시온’ 존재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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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암흑물질 후보 ‘액시온’ 존재 밝힌다
  • 최정 기자
  • 승인 2020.03.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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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물리학 ‘CP 대칭성’ 문제 해결할 열쇠 주목
전세계 3번째로 액시온 존재 추정영역 신호 탐색
존재 규명땐 ‘물질-반물질’ 비대칭 등 난제 해결 기대
왼쪽부터 제 1저자 이수형 연구기술위원, 교신저자 고병록 연구위원, 안새벽 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최지훈 전 IBS 연구위원(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IBS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이 현대물리학의 난제중 하나이며, 암흑물질 후보로 여겨지는 ‘액시온’의 신호 탐색에 착수했다.

IBS는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이 이론적으로 액시온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영역을 탐색하기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미국 워싱턴대와 예일대에 이어 전세계 3번째다.

액시온은 입자물리학의 ‘강한 CP대칭성’ 문제를 해결할 입자이자 암흑물질 후보다.

물리학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대칭성에는 전하 대칭성(Charge‧C)과 거울의 비친 상과 같은 반전 대칭성(Parity‧P) 등이 있는데, 이 두 가지 대칭성이 조합된 CP 대칭성은 양자색소역학의 이론적인 틀 안에서 깨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아직까지 실험적으로 발견된 적이 없다. 이 문제의 이론적인 해결책이 되는 입자를 ‘양자색소역학의 지저분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로 미국의 주방 세제 이름인 ‘액시온’이라고 불렀다.

또 액시온의 예상되는 성질들은 또 다른 현대물리학의 난제인 암흑물질의 성질과 유사해 암흑물질의 후보로도 각광받고 있다. 액시온을 발견하면 이 두 난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액시온 존재 가능 영역과 액시온 탐색 실험 현황. x축은 액시온 질량(혹은 질량에 상응하는 극초단파 주파수), y축은 액시온이 광자로 변환되는 결합 상수(광자로 변환되는 신호 세기)를 나타낸다. 하늘색 ‘QCD 액시온 밴드’는 액시온이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범위를 보여준다. IBS 제공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과 만나면 광자(빛)로 변하는데, 이를 단서로 1989년부터 전 세계에서 액시온을 찾아 실험을 진행해 왔다. 과학자들은 액시온이 존재할 수 있는 질량 범위와 광자로 변환됐을 때 신호 크기 범위를 이론적으로 추정하고 이를‘QCD(양자색소역학) 액시온밴드’라고 이름지었다. 액시온이 존재한다면 이 영역에서 신호가 발견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QCD 액시온밴드가 포함하는 신호 크기는 형광등보다 1억경(1024) 배나 작은 수준으로, 검출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QCD 액시온밴드 영역의 신호를 검출할 만한 기술을 갖추고 탐색을 진행하고 있는 실험그룹은 전 세계 8곳 중 미국 워싱턴대와 예일대 2곳뿐이다.

워싱턴대는 액시온 질량이 1.9~3.53μeV(마이크로일렉트론볼트)인 경우, 예일대는 액시온 질량이 23.15~24μeV인 경우의 신호를 탐색하고 있다. IBS 연구진은 6.62~6.82 μeV 질량 범위에서 액시온을 탐색해, 해당 질량에서는 최초로 검출 범위가 QCD 액시온 밴드 영역에 도달하고 탐색한 영역에 액시온이 없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작은 신호 검출을 위해 강한 자기장에서 잡음을 최소화한 실험장치를 구축했다. 연구진은 지구 자기장보다 16만 배 강한 8테슬라 자기장을 내는 원통형 초전도 자석(초전도 선으로 만든 전자석)을 마련하고, 자석 중심에 안테나가 삽입된 금속 원통을 넣었다. 액시온이 자기장과 만나 광자로 변하고, 발생한 광자가 원통의 공진주파수와 일치하면 안테나로 이 신호를 읽을 수 있다. 각 과정은 증폭과 열로 발생하는 잡음을 줄이고 초전도를 유지하기 위해 영하 273℃ 냉동기 안에서 진행됐다. 연구진은 2년에 걸쳐 각 과정에서 잡음을 극도로 줄이고 테스트를 거친 뒤 세달 동안 데이터를 수집해 결과를 얻었다.

극저온 냉동기 내부실험장치. IBS 제공

액시온이 발견되면 현대물리학의 난제를 풀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사는 우주가 물질로 이루어진 까닭은, 태초에 빅뱅이 물질을 반물질보다 훨씬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물질과 물질이 만나 소멸한 뒤 물질만 남았는데, 지구도 물질-반물질 간 비대칭 덕에 존재하는 셈이다.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비대칭이 우리 세계와 ‘거울세계’의 물리법칙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실험결과 강력(원자핵을 묶는 힘)에는 이 물리법칙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현대물리학의 수수께끼로 남았다. ‘액시온’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물리학자들이 고안한 입자로, 물질-반물질 간 비대칭을 설명해 줄뿐 아니라 우주를 채우는 미지의 물질인 암흑물질일 가능성도 있다. 현대물리학의 두 가지 난제를 풀 해답인 셈이다.

제 1저자인 이수형 연구기술위원은 “워싱턴대가 30년 이상, 예일대가 10년 이상 연구해 온 데 비해, 이번 프로젝트는 2017년도에 시작해 빠르게 실험 수준을 따라잡았다”며 “지금보다 두 배 넓은 질량 범위를 6개월 이내에 탐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검출기를 향상시켜 작은 신호영역을 더 빠르게 탐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물리학회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3월 14일(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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