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남녀 묘사 편향성 이미지 분석기술로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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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남녀 묘사 편향성 이미지 분석기술로 잡아낸다
  • 김찬혁 기자
  • 승인 2019.10.14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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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분석 기술로 성별 간 캐릭터 편향성 정량적 분석
기존 ‘벡델 테스트’ 한계 해결…시간적·시각적 편향성 파악
“영화 묘사가 관객들에 미치는 영향 연구 활발히 진행돼야”
이미지 분석 시스템. 한국과학기술원 제공.

젠더, 인종 등 영화 내 캐릭터 편향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영화 내 캐릭터의 다양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추후 관련 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4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문화기술대학원 이병주 교수 연구팀이 컴퓨터 비전 기술을 통해 상업 영화에서 성별 간 캐릭터 묘사의 편향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근 영화가 다루는 소재와 연출 방식이 사람들의 젠더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할리우드 역시 영화의 묘사가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적극적으로 제작에 반영하고 있다.

기존의 연구는 영화 내 여성 캐릭터의 성별 묘사 편향성을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를 통해 평가해왔다. 벡델 테스트는 미국의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고안한 개념으로 균형적인 성별 묘사를 위한 최소한의 요소가 영화에 반영돼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이다. 

그러나 벡델 테스트는 여성 캐릭터의 대사만으로 판별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시각적인 묘사를 고려할 수 없으며 여성 캐릭터 혼자 극을 이끄는 영화들에 적용이 어렵다. 또한 여성 캐릭터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성 캐릭터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없다.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으로 인한 오류 발생 가능성 또한 제기돼왔다. 

이병주 교수 연구팀은 영화의 시간적, 시각적 특성을 반영해 성별 묘사 편향성을 측정하기 위해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효과적 분석을 위해 24프레임(fps) 영화를 3프레임으로 다운 샘플링(데이터를 더 낮은 속도 또는 밀도로 수집하는 것)한 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얼굴 감지 기술(Face API)로 영화 캐릭터의 젠더, 감정, 나이, 크기, 위치 등을 확인했다. 사물 감지 기술(YOLO 9000)을 통해 영화 캐릭터와 함께 등장한 사물의 종류와 위치도 파악했다.

2017년과 201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와 우리나라 영화 40편을 대상으로 이미지 분석을 진행한 연구팀은 벡델 테스트(Bechdel Test) 통과 여부를 막론하고 영화 대부분이 여성을 편향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

캐릭터 성별에 따른 안경 착용률 및 연관 물체의 종류. 한국과학기술원 제공.
캐릭터 성별에 따른 안경 착용률 및 연관 물체의 종류. 왼쪽은 남녀 캐릭터가 안경을 착용한 것으로 인식될 확률을 영화의 시간축에 대해 나타낸 그래프며 오른쪽은 각 성별 캐릭터와 함께 인식된 물체들의 빈도와 종류를 나타낸 워드클라우드(word cloud). 한국과학기술원 제공.

감정적 다양성(Emotional Diversity) 지표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에 비해 더 획일화된 감정표현을 보였으며, 주변 물체의 빈도와 종류(Type and Frequency of Surrounding Objects) 지표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가 자동차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남성 캐릭터 대비 55.7%밖에 되지 않았던 반면, 가구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123.9%를 보였다.

여성 캐릭터의 시간적 점유도(Temporal Occupancy)는 남성 캐릭터 대비 56% 정도로 낮았으며, 평균 연령(Mean Age)은 79.1% 정도로 어리게 나왔다. 특히 앞서 언급한 두 지표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됐다. 

이병주 교수는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평균 영화관람 횟수가 4.25회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영화를 즐겨본다”며 “이는 영화라는 매체가 우리나라 대중들의 잠재의식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영화 내 묘사가 관객들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보다 활발하게 진행돼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영화는 더욱 신중하게 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지윤, 이상윤 석사과정이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소셜 컴퓨팅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컴퓨터 기반 협업 및 소셜 컴퓨팅 학회(CSCW, Computer-Supported Cooperative Work and Social Computing)’ 11월 11일 자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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