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대피훈련 한계…AI 적용해 더 많이 구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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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대피훈련 한계…AI 적용해 더 많이 구조 가능”
  • 김찬혁 기자
  • 승인 2019.09.05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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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i CAPTAIN 대표 대덕테크비즈센터 AI프렌즈 강연
세월호 참사후 회사 설립…시뮬레이션 통한 재난 대피 연구
“시뮬레이션‧AI‧IoT 이용한 선박 대피 솔루션 제공하고파”
4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대덕테크비즈센터에서 제 28회 AI프렌즈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은 이날 연사를 맡은 김현철 i CAPTAIN 대표 모습.
4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대덕테크비즈센터에서 제 28회 AI프렌즈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은 이날 연사를 맡은 김현철 i CAPTAIN 대표 모습. 김찬혁 기자

“세월호 선박의 기울기가 사람이 걸을 수 없는 35°에 도달하기까지 588초, 약 10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선박 내 구조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사전에 대피 시스템을 마련돼 있었다면 어느 누가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할 수 있었겠어요.” 김현철 i CAPTAIN 대표의 말이다.

4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대덕테크비즈센터에서 제 28회 AI프렌즈 세미나가 개최됐다. AI프렌즈는 대전 지역에서 인공지능 학습 및 네트워킹을 위해 형성된 단체로, 매주 다른 주제와 연사를 통해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이날 세미나 연사로 참석한 김 대표는 김 대표는 지난 2월 학교 졸업과 동시에 ‘i CAPTAIN’을 설립한 이유로 세월호를 꼽았다. 시뮬레이션을 공부하는 학생의 시각에서 세월호는 기존의 재난 시뮬레이션과 대피 훈련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i CAPTAIN의 일차적 목표는 재난 발생 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지 답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본인을 시뮬레이션 전문가이지 인공지능 전문가는 아니라고 소개했지만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만든 걸 어떻게 공학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발표의 방향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시뮬레이션은 기존의 데이터를 통해 현실을 모사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전까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재난 상황을 구현해야 한다는 게 재난 대피 시뮬레이션의 딜레마”라며 “최대한 현실과 유사한 상황을 조성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해상 재난 발생 시 승객들의 대피 동선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가 해상 재난 발생 시 승객들의 대피 동선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설명하고 있다. 김찬혁 기자

현재 재난분야에서 사용되는 대피 시뮬레이션의 종류는 전세계적으로 60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김 대표는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조차 해상 재난 발생 시 당연한 상황인 선박의 기울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전세계적인 관심에 비해서 연구개발이 많이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령 대피 상황에서 앞에 가던 사람이 넘어지는 등 이동경로에 추가적인 장애물이 생길 경우 전체 대피 시간이 지연된다”며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을 통해 선박 기울기뿐만 아니라 지진 상황에서의 평지·계단 이동 속도 등 다양한 환경적, 인적 요소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선박·소방·산업현장 등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존 재난 대피 실험과 훈련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지금의 대피 훈련은 제한적인 단순 상황 밖에 재현할 수 없으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고 결정적으로 효과적인 메뉴얼을 구축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피 시뮬레이션 시행을 통해 비용은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다양한 재난 환경 묘사와 예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피 시뮬레이션의 또 다른 장점으로 ‘가시화’를 꼽았다. 컴퓨터 게임 제작에 사용되는 물리 엔진을 이용해 대피 상황을 시각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시뮬레이션의 예측과 진단이 타당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재난 발생 전후를 흔히 예방·대비·대응·복구 4단계로 분류하는데 인공지능은 이 중 대비와 대응 단계에서 신속 정확한 대피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현재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재난 대피 훈련의 한계를 지적하며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적용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을 재난 대피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현재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재난 대피 훈련의 한계를 지적하며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적용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을 재난 대피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찬혁 기자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김 대표는 “향후 시뮬레이션·인공지능·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선박 대피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다”며 현 재난 대피 훈련에 있어 ‘인증제’와 ‘실시간 대응 시스템’ 두 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재난 상황 별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학적으로 안전한지 테스트를 진행해 ‘대피 안전성 분석 인증’을 주자”고 주장했다. 

또 “사물인터넷이 실시간으로 동선을 추천하는 능동 지시등을 세월호 4층 대피 시뮬레이션에 적용해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구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상황별 최적 대응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수 있게 하자”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을 재난에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 아직까지 연구와 실용화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며 “저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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