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차산업혁명, 장애인 관련 논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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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차산업혁명, 장애인 관련 논의조차 없다”
  • 김찬혁 기자
  • 승인 2019.07.15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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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진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위즈온 협동조합' 이사장
위즈온 개발 ‘웹 접근성 검사도구’...IT기술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
장애인·비장애인 7명으로 구성..."신체적 제한없이 누구나 웹에 접근 필요"
오영진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위즈온’(WEZON) 대표.
오영진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위즈온(WEZON) 협동조합’ 이사장.

‘웹의 힘은 그 보편성에 있다. 장애에 구애 없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월드와이드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가 처음 인터넷 공간을 상상하면서 고안해낸 주장이다. 그는 열린 공간인 웹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웹은 발전을 거듭해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웹에서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고령자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다. 

특히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전용 소프트웨어나 툴을 이용하지 않으면 정보에 원천적으로 차단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위즈온 협동조합’이다. 2012년 한밭대 창업공간에 시작된 위즈온 협동조합은 2013년 과학기술인협동조합으로 전환했으며 오진영 이사장을 포함해 장애인·비장애인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웹 접근성’은 위즈온 협동조합이 창립 이래로 꾸준히 제기해온 개념이다. 오 이사장잇 웹 접근성을 “물리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제약 없이 누구나 웹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 때 지켜야 하는 규약집도 있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 이사장은 “가령 지체 장애인의 경우 마우스를 쓰기 어렵기 때문에 키보드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도록 사이트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이나 수화영상,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지원 프로그램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를 위한 글자 크기 조절 버튼도 웹 접근성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웹 접근성은 우리 일상과 그리 먼 개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위즈온 구성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모습.
위즈온 협동조합 구성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모습.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전자정보 및 비전자정보에 대하여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수화, 문자 등 필요한 수단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공공기관은 인터넷 상에서 장애인·고령자에 대한 정보 접근 및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

또 장애인 차별금지법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금전적으로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별행위가 악의적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게 된다. 

그러나 오 이사장은 “민간 웹사이트에서는 이러한 정보 접근을 위한 조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웹에 쉽게 접근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미지마다 텍스트로 이미지를 설명하는 태그를 달아야하는데 그만큼 수고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소송 사례도 많지 않을뿐더러 실제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도 잘 없다”고 지적했다.

위즈온이 개발한 웹 접근성 자동 감사도구.
위즈온이 개발한 웹 접근성 자동 감사도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위즈온 협동조합이 개발한 것이 ‘웹 접근성 검사도구’다. 웹 접근성 정도를 알고 싶은 사이트 링크를 위즈온 협동조합 홈페이지에 탑재된 웹 접근성 검사도구에 입력하면 웹 접근성 결과 보고서를 볼 수 있다. 오 이사장은 “웹 접근성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봐야 한다”면서도 “웹 접근성 지침 일부를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 점검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은 웹 접근성 개념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마찬가지로 최근 부각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도 기술의 발전이 어떤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지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장애과 관련된 논의가 거의 없다”며 “스마트시티, 스마트공장 등이 거론되지만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또다시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발전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차별과 관련해 오 이사장은 현재 수도권서 시행되고 있는 청각장애인 운전기사 콜택시 서비스 ‘고요한택시’를 예로 들었다. 그는 “간단한 앱과 태블릿 피시를 통해 장애인이 한층 더 사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기술을 통해 어떻게 격차를 줄여갈 것인지 항상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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