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엇갈린 소비자·불안한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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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엇갈린 소비자·불안한 노동자
  • 김성서
  • 승인 2019.07.05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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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접촉 최소화한 언택트 소비 2년 새 5배 급증
소비자 “줄 안서고 자유쇼핑 편해”vs“방법 불편 이해 안돼”
노동자 “고용불안…오히려 업무 늘었다” 불만 토로
이마트 대전둔산점에 설치된 무인셀프계산대의 모습.
언택트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는 오히려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전의 한 이마트 매장에 설치된 무인계산대에서 고객들이 계산을 하고 있는 모습.

이마트 계산원이던 A씨는 지난해 말 들어온 무인계산대에게 그동안 일해 온 계산대를 넘겼다. 계산대를 넘긴 후 A씨는 상대적으로 적은 물건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을 무인계산대로 안내하고 이용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A씨는 무인계산기가 들어온 것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그는 “계산업무 대신 진열 등 다른 업무를 하거나, 노브랜드 등 다른 매장으로 가게 됐다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솔직히 복잡한 심경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언택트(Untact)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의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는 오히려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5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사람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비대면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언택트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언택트 소비는 무인 계산대 등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바일 금융·간편결제 서비스, 배달앱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언택트 소비는 지난 2년 사이에 5배 넘게 증가했다. 현대카드가 2017년 1월~올해 6월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언택트 주요 가맹점의 매출은 2017년 1월 67억원에서 2019년 6월 359억원으로 급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인계산대다. 무인계산대는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편의점, 식당, 패스트푸드점, 카페, 화장품 가게 등 골목 상권까지 파고들며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최근에는 안면인식 기술, 핸드페이(손바닥 정맥을 인식해 결제하는 방법),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해 계산대를 거치지 않을 수 있는 ‘스마트 편의점’도 시범 운영되고 있다.

무인계산대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사람을 마주치지 않아 편하게 물건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어 좋다는 목소리와 생소한 기계를 이용해야 하니 불편하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무인계산대를 자주 이용한다는 직장인 성모(31)씨는 “혼자 자취를 하고 있는데 물건을 조금만 구매할 경우 따로 줄을 서지 않고 계산할 수 있어서 편하다”면서 “얼마 전 찾아간 한 화장품 매장은 셀프스토어로 운영되고 있었다. 예전에는 직원이 따라붙어 말을 걸어 불편했지만 혼자 쇼핑할 수 있어 자유롭게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어 편했다”고 말했다.

반면 주부 김모(57)씨는 “무인계산대가 있어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예전에 설명을 들어서 한번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데 누를 것도 많고 방법이 너무 어려웠다”면서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돈과 고생을 모두 내가 들여야 하는 것이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언택트 소비 관련 연령대별 사용 금액 증가율과 월별 매출 추이. 현대카드 제공
언택트 소비 관련 연령대별 사용 금액 증가율과 월별 매출 추이. 현대카드 제공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었다. 지난 4일 저녁 찾아간 대전의 한 이마트 매장에서는 무인계산대와 유인계산대가 동시에 운영되고 있었다.

이마트는 현재 전국 80여개 점포에 450여대의 무인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대형마트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이마트는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 소비 추세가 개인화·소량화로 바뀐 만큼 무인계산대를 대거 도입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살펴본 결과 무인계산대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적어 줄을 서지 않고 곧바로 계산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유인계산대 뒤로 줄을 섰고, 계산원들을 쉴 새 없이 바코드를 찍고 카드를 긁고 있었다.

유인계산대에서 근무하던 한 계산원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매일매일이 명절인 것 같다. 너무 바쁘다”고 답했다. 그는 “유인계산대를 적게 운영하다 보니 아무리 계산을 빨리 하려고 해도 사람은 계속 늘어난다. 업무가 더 늘어난 느낌”이라면서 “계산대를 더 열라는 고객들의 불만과 원성도 계속돼 압박감이 심하다”면서 쉴 새 없이 손을 놀렸다.

무인계산대에 있던 A씨와는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무인계산대라고 하지만 주류, 담배 등 청소년 구매 불가 물품에 대해서는 계산원이 확인해야 한다. 바코드가 없거나 찾기 힘든 경우에도 계산원이 직접 안내한다”면서 “무인계산대가 아닌 ‘반유인계산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인계산대가 카드 전용으로 운영되는 만큼 현금이나 상품권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용이 힘들다. 고객들이 물건을 모두 스캔한 뒤 불러 현금을 내밀면 사실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름 열심히 즐겁게 일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뭔가 기계에 밀려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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