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에 ‘경제보복’…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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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국에 ‘경제보복’…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 최정
  • 승인 2019.07.01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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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불만에 핵심소재 3개 품목 규제
일본이 세계 생산량 70~90% 차지…韓기업 타격 불가피
정부 "정치적 이유로 무역제한" WTO 제소 검토 등 논의
지난 6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자정보통신포럼에 참석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양자보안을 이용한 반도체 생산과정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사진과 기사는 직접적 관련 없음) 뉴스1
지난 6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자정보통신포럼에 참석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양자보안을 이용한 반도체 생산과정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사진과 기사는 직접적 관련 없음) 뉴스1

한국인 강제징용 노동자에게 피해를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나타내온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경제보복 조치에 나섰다.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소재 3개 품목을 수출규제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규제대상으로 올린 품목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다.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이유로 “한일 양국의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밝힌 소재들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에 필수적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는 강도와 안정성을 높인 폴리이미드(PI) 필름으로, 플렉서브 OLED 패널의 핵심소재다. 리지스트는 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감광재다. 에칭가스는 반도체 세정과 디스플레이 슬리밍(slimming) 공정 등 소재로 사용된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의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를,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 동안 이 소재들에 대한 수출 절차를 간소화 하는 등 한국에 우대정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수출 우대 대상에서 제외되면 계약별로 최대 90일까지 소요되는 일본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 정부가 수출을 허가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는 이들 품목 외의 통신 및 첨단소재 수출통제 강화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독일 등 27개국을 ‘화이트 국가’로 지정해 첨단소재 수출시 당국허가 심사를 면제해 왔으나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집적회로 등 첨단소재를 수출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가 현실화되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는 등 대응조치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긴급대응체계를 구축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업계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우선 정치적 이유로 무역을 제한하는 것은 WTO 규정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조치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업계와 긴밀한 협력채널을 유지하면서 민간 공동으로 대응해나가는 한편 국제법에 따른 합치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서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각에선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신조 총리의 보수세력 결집을 위한 선거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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