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폐기물 관리 ‘구멍’…정보관리 ‘총제적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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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폐기물 관리 ‘구멍’…정보관리 ‘총제적 부실’
  • 김찬혁
  • 승인 2019.06.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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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구원 방사능폐기물 분석 과정서 오류
방폐물 2600드럼中 2111개 핵종 잘못 기재
용역 관리미흡·검증 부재 등 관련기관 책임론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건설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 동굴처분장.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건설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 동굴처분장.

한국원자력원구원이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경주 방폐장)로 보낸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015년부터 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이 방폐장으로 보낸 방폐물 2600드럼 가운데 80%에 달하는 2111드럼의 핵종(核種) 농도 정보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원자력연은 한수원이 의뢰한 원자력발전소 방폐물 분석 데이터 3456개 중 156개에서 오류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는 2018년 9월부터 10개월간 원자력연과 한국수력원자력의 방사성폐기물 분석 내용을 조사했다. 조사를 맡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원자력연이 경주 방폐장에 인도한 전체 방폐물 2600드럼 분석 데이터 약 6만건에 대한 전수검증·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현행 원자력법에 따르면 방폐물 처분을 원하는 기관은 핵종과 농도, 방사능량, 폐기물 형태 등을 인수·처분사업자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방폐장 처분 여부를 결정한다. 원자력연은 방폐물 시료 채취와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국내 유일연구기관으로 원전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연구원에 모든 용역을 맡겨왔다.

원자력연이 의뢰받은 한수원 방폐물 분석 데이터 약 3000건에 대해서는 한수원의 전수검증을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방폐물의 핵종을 평가하는 방법에는 드럼을 직접 열고 시료를 채취해 검사하는 방법과 드럼을 개봉하지 않고 계측기로 감마선만을 측정한 후 척도인자(핵종 농도 간의 상관관계)를 이용해 추정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최근 원자력연이 원전 방폐물에 이용하는 척도인자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원자력원과 한수원 등이 척도인자를 개발·검증하는 과정에서 충분하지 않은 시료를 이용해 데이터를 부풀린 것이다. 또한 이 척도인자를 이용해 방폐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오차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폐장은 어떤 핵종을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을지 기준치를 산정한 후 차폐 구조물을 만들기 때문에 드럼 내 핵종 정보는 방폐장 안전과 직결된다. 현재 경주 방폐장에는 방사선량이 적은 저준위 폐기물부터 처분되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와 다른 방폐물 처분이 진행되면 자칫 발전소에 보관중인 중준위 방폐물을 지하에 처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아울러 방폐물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부실이 드러남에 따라 관련 기관들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원의 오류를 조기에 확인하지 못한 한수원의 용역 관리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자력환경공단도 방폐물 처분사업자로서 검증 의무를 다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핵종 관련 전문 인력은 3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한 원안위도 일찍이 민간에서 핵종 분석 오류에 대한 주장이 나왔음에도 규제기관으로써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원안위는 원자력연구원에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다음 달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행정처분을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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