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뇌 신호 기록하는 나노장치 개발

IBS, 살아있는 쥐에 이식해 뇌신경 활동 관찰 성공 뇌질환 치료 기여 기대

2021-03-23     전현애 기자
나노

뇌는 복잡한 신호 전달 체계를 가지고 있다. 뇌 질환 치료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이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즉 원하는 위치에서 뇌 신경을 자극하고, 이때 발생하는 신호를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뇌 신경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단장 조민행) 박홍규 교수(고려대 물리학과) 연구팀은 부작용 없이 빛으로 뇌신경을 자극해 뇌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나노장치를 개발했다. 이로써 복잡한 뇌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관련 질환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뇌 연구는 금속이나 실리콘 소재의 삽입형 탐침(probe)을 이식해 뇌신경을 자극하고, 그 반응을 측정해왔다.

하지만 딱딱한 탐침이 뇌 세포를 손상시키거나 주변에 면역반응을 일으켜 신호 측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었다. 탐침이 삽입되면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탐침 주변을 둘러싸는데, 이 경우 뇌를 자극하기 위해 더 큰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홍규 교수팀은 이전 연구에서 미국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뇌와 비슷한 굽힘 강도의 그물구조 탐침을 개발했다. 이 탐침은 유연한 그물망 형태의 고분자를 원통형으로 만 나노 구조체로, 죽부인과 그 모양이 유사하다.

당시 연구진은 이 ‘나노 죽부인’을 쥐 뇌에 이식했을 때 뇌 조직과 성질이 유사해 뇌신경에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장기간 뇌신경의 신호를 측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뇌 신호 측정은 물론, 빛을 주입해 뇌 신경을 인위적으로 자극하도록 성능을 개선했다.

연구진은 기존 구조에 1㎝ 길이의 광도파로를 결합하여 외부의 빛을 나노 죽부인의 끝단까지 전달할 수 있게 했다. 이 다기능 탐침을 살아있는 쥐의 뇌에 삽입하여 빛으로 뇌신경을 자극했고, 탐침의 전극을 이용해 자극된 뇌의 전기 신호 측정에도 성공했다. 신경 자극과 신경 신호 기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삽입형 장치를 개발한 건 연구진이 처음이다.

최근 빛으로 뇌 신경을 자극 및 제어하는 광(光)유전학이 뇌 연구의 새로운 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발광다이오드(LED) 등의 발광 장치와 신호를 측정하는 삽입형 탐침이 별도로 필요했다.

특히 LED 장치는 빛과 함께 열도 발생하여, 단백질로 구성된 뇌를 영구 손상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다기능 탐침은 이 두 장치를 하나로 간소화했다. 기존 탐침에비해 1000배 이상 유연해 뇌에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또한 외부의 빛이 광도파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돼 열로 인한 뇌 손상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기능

연구진은 인체 뇌세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탐침 기술을 개선하는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기능 탐침의 인터페이스를 소형화하고, 실제 연구 및 의료 현장에서 응용이 가능하도록 광도파로의 길이를 증가시키려 한다.

박흥규 교수는 “광도파로가 결합된 그물 구조 탐침은 광유전학 신경 연구를 한층 발전시킬 획기적인 연구”라며 “복잡한 뇌의 신호 체계를 이해하고,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3월 19일(한국시간) 화학 분야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IF 11.238) 온라인 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