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섭의 교단직설]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과연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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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섭의 교단직설]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과연 가능한가?
  • 김성서
  • 승인 2018.06.2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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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들과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기간제교사들은 지난 20년 동안 온갖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도 교사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했다"며 "정부는 기간제교사가 정규 교사의 휴직대체 근무여서 상시·지속적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기간제교사는 길게는 10년이 넘는 경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편집자주교단직설(敎壇直說)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바르고 곧게 말함을 뜻합니다그릇된 것을 그르다 일컫고 옳은 것을 옳다 말하지 못한다면그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의 미래는 한없이 어두울 것입니다교육과 관련된 정책 등에 대한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기 위한 글이 연재될 것입니다필자인 신정섭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나불의를 참지 못해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이후 운동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97년 호수돈여고 영어교사가 된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달라져야 밝은 미래가 있다는 사명감으로 98년에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해오고 있으며 현재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정규직 800만 시대에 살고 있다. 비정규직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일하고 대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민촛불’의 요구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이 준엄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공공부문 중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곳이 학교인데, 바로 이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을 둘러싸고 엄청난 갈등과 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한가운데에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 논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연일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통해,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차별을 받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가장 빠르고 선명하게 입장을 밝힌 것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다. 교총은 현재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 반대 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지난 18일에는 중등예비교사모임 대표단과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 저지를 위한 연대”에 합의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 사안을 두고 오랜 시간 숙고했다. 현장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도부 토론을 여러 차례 벌이는 등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다가, 1박2일에 걸친 30시간 토론 끝에 지난 23일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기간제교원은 최소화하고 정규교원을 확대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근무하는 기간제교원의 고용안정 및 정규교원 증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 전교조는 교원 양성·임용 제도의 개선과 기간제교원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간제교원, 교대·사대생 등과 연대하여 투쟁할 것이다.”

결국 전교조는, 기간제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꾸준히 싸워 왔고, 기간제교원의 신분 안정 및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앞장서 연대해 왔던 전교조가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임용령은 “교사 신규 채용은 공개전형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교육공무원법은 “기간제교원은 정규교원 임용에서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기하고 있다. 즉 다시 말해서,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은 법령 개정 및 교원임용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

두 번째 이유는 예비교사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교대나 사범대를 나와 임용고사까지 합격해야 정교사로 발령받을 수 있고, 그마저도 잘못된 교원 임용 정책으로 발령 대기자가 3천8백여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임용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비정규직 교사를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고용 평등이 무너져 버린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청년 일자리 대책과 근시안적인 교육정책이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대혼란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많다. 2007년 1만7천여명이던 기간제교사는 2016년 4만6천여명으로 10년 만에 거의 3배 가까이 늘었다. 기간제교사가 급증한 이유는 학생수 감축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 과정의 다양성’ 운운하면서 정교사 대신 기간제교사를 무분별하게 양산한 탓이다.

특히,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한 중등학교에 기간제교사 수가 많은 것은 비용을 절감하고 교사를 통제하기 위해 이 제도를 교묘히 악용하기 때문이다.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은 기간제교사의 채용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제1호~제3호의 사유(휴직·휴가·파견·연수·징계 등으로 인한 일시적 결원)에만 기간제교사를 두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제4호 사유 즉 “특정교과 한시적 담당”(선택교과나 수준별 수업)이라는 자의적 잣대를 사용해 정교사 자리에 기간제를 마구 채용하고 있다. 이 비율이 70%를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백년지대계는커녕 십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허둥댄 지난 정부의 ‘교육적폐’가 지금 노노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적폐 청산을 부르짖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이제라도 교사 양성·선발 제도를 개선하는 등 중·장기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바로 사립학교에 만연한 ‘불법 기간제교사’의 해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8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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