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의 시절잡설]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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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의 시절잡설]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마라
  • 김성서
  • 승인 2018.06.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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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CGV 영화관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을 전 세계에 보도한 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80)와 함께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기 앞서 배우 송강호, 유해진을 소개하고 있다.

[편집자주] 박현 시인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시를 쓰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소박한 대답을 세상을 ‘흘겨보면서’ 나누고자 한다.

'택시운전사'가 한국 영화사상 13번째로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로 기록되었다. 이 영화는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서울의 평범한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이 사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가야 하는 것이 기자의 소임이라고 믿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토마스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에 갔다가 거기서 목도한 살육의 현장을 이야기한다. 

광주를 이야기한 영상텍스트는 이전에도 있었다. 방송드라마로는 SBS에서 방영한 '모래시계'를 빼놓을 수 없다. 비록 전면적으로 광주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공중파에서 광주의 참상을 극화하여 송출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반향을 불러왔다. 광주를 다룬 영화로는 '꽃잎', '화려한 휴가', '26년' 등이 있다. 광주가 여전히 이야기되고 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증좌는 아닐까.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가외적의 앞잡이이고 수천 동포의학살자일 때 양심있는 사람이있어야 할 곳은 전선이다 무덤이다 감옥이다도대체 형제의 살해 앞에서 저항하지 않고

누가 자유일 수 있단 말인가동지여 제국주의를 반대하여 싸우지 않고착취받고 억압당한 민중들을옹호하여 싸우지 않는다면도대체 혁명이란 무엇이란 말인가?(김남주, '학살' 전문)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이는 책을 한 권만 읽은 자라 한다. 그는 자신이 읽은 책 한 권이 생의 진리라 믿는다. 마치 외눈박이처럼 제가 알고 있는 것만이 진리라고 믿고 살아가는 자이다. 광주는 폭동이 아니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그자는 그저 폭동이라 믿을 뿐이다. 광주 시민은 결코 폭도가 아니었다고 말을 해도 그자들에게는 북한군의 지령을 받은 폭도가 진실일 뿐이다. 참으로 가엾은 자들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전두환을 추종하며 거짓을 진실이라 믿고 있는 자들에게는 연민도 과한 감정이다.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서정적으로 오지는 않았다오월은 왔다 비수를 품은 밤으로야수의 무자비한 발톱과 함께바퀴와 개머리판에 메이드 인 유 에스 에이를 새긴전차와 함께 기관총과 함께 왔다오월은 왔다 헐떡거리면서피에 주린 미친 개의 이빨과 함께두부처럼 처녀의 유방을 자르며대검의 병사와 함께 오월은 왔다벌집처럼 도시의 가슴을 뚫고살해된 누이의 웃음을 찾아 우는아이의 검은 눈동자를 뚫고총알처럼 왔다 자유의 거리에팔이며 다리가 피묻은 살점으로 뒹구는능지처참의 학살로 오월은 오월은 왔다 그렇게!(김남주,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부분) 

문재인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이뤄진 ‘군부대의 민간인 사격’과 관련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특별 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국민의 당까지 한목소리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언제까지 과거에 머물 것인가?’ 따위의 질문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더 이상 이런 말도 안되는 질문에 동조하는 불쌍한 청맹과니들이 없도록 이번 기회를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의 ‘남겨진’ 진실이 더욱 명백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

201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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