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섭의 교단직설] 뉴스의 가치는 누가 결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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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섭의 교단직설] 뉴스의 가치는 누가 결정하는가?
  • 김성서
  • 승인 2018.06.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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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의 ‘의도적인 침묵’...기사와 광고비의 상관관계?

[편집자주교단직설(敎壇直說)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바르고 곧게 말함을 뜻합니다그릇된 것을 그르다 일컫고 옳은 것을 옳다 말하지 못한다면그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의 미래는 한없이 어두울 것입니다교육과 관련된 정책 등에 대한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기 위한 글이 연재될 것입니다필자인 신정섭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나불의를 참지 못해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이후 운동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97년 호수돈여고 영어교사가 된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달라져야 밝은 미래가 있다는 사명감으로 98년에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해오고 있으며 현재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19세기 미국의 언론인 찰스 다나(Charles A. Dana)는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들(news)이 뉴스거리가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새로움(novelty)이 뉴스를 구성하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소식이 얼마나 시의성이 있는지, 사회적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있는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여럿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잣대는 “왜 보도하는가?”일 것이다. 

지난 7월 26일 대전일보는 한 수습기자를 내세워, “권선택 시장과 같은 정당 소속인 A의원이 민간공원 개발사업, 상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 조성 등 시정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왜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일까? <다른시각>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대전일보는 대전시가 작년 1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역 언론사 중 가장 많은 2억7천여만원(10.2%)의 광고비를 지급한 언론사다. 해당 기사와 광고비의 상관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왜 보도하지 않는가?”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교조대전지부는 지난 7월 24일 “추경예산은 내년 교육감선거 조각퍼즐 맞추기?”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에듀힐링 글로벌 페스티벌’ 등 전시성사업 예산이 너무 많고, 학력신장캠페인 등 언론 광고료가 과다 편성되어 있으니 예결위에서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참신성, 시의성, 사회적 영향력, 알권리 등 뉴스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사는 거의 없었다. 

이틀 뒤 전교조대전지부는 대전시교육청 공무원들의 ‘공무국외여행’이 ‘외유성 출장’인 경우가 많다며 심사 기준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공무’라고 보기 어려운 해외출장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으므로 팩트가 확실했고, 물난리에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온 충북도의원들의 행태가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던 터라 시의성도 충분했다. 사회적 영향력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 또한 기사화시킨 언론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감히 전교조가 추경예산에 들어있는 언론 광고비에 태클을 걸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다분히 의도적인 ‘침묵’이라고밖에 달리 볼 여지가 없었다. 

결국, 그들의 침묵은 통했다. 7월 27일에 열린 대전시의회 예결특위는 에듀힐링 페스티벌 등 2개 항목 1억1천여만원만 삭감했을 뿐, 교육감이 제출한 1차 추경예산안 중 언론 광고 홍보비는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다. 전교조대전지부의 문제 제기에 공감하는 의원들도 꽤 많았고 찬반 논란이 뜨거웠지만, 지방의원들이 교육감이 언론사에 배당한 ‘정치적 예산’을 깎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와 관련하여 대전충남민언련 이기동 사무국장은 “최근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언론이 지나치게 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홍보비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감시·비판 기능은 위축되고, 기관 홍보지로 전락시킬 뿐만 아니라 언론사를 입맛에 맞게 길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의 언론 생태계가 매우 열악하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한들, ‘정론직필(正論直筆)’이라는 언론의 사명을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전시의회는 입법기관으로서 대전시, 대전시교육청 등 집행기관의 사무를 비판하고 견제하며 감시할 사명을 갖고 있다. 언론의 존재 이유 또한 정확성, 공정성, 독립성이라는 기자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뿌리가 흔들리면 어떤 생명체도 올곧게 자라날 수 없다. 대전 시민은 “같은 정당 소속이면서 왜 지방의원이 시정에 발목을 잡느냐?”고 호통을 칠 권리를 언론에 부여하지 않았다. 대전교육청의 홍보대사 역할을 맡긴 적도 없다. 

집행기관이 생산하는 보도자료를 토시 하나 다르지 않게 받아쓰기만 하는 언론은 스스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펜은 칼보다 강하지만, 권력에 기대는 순간 녹슬어 버리기 때문이다. 뉴스의 가치는 공공기관의 장이나 특정 언론사의 데스크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뉴스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시민권력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되겠지만, 사람은 좀처럼 개를 물지 않는다. 사람 사는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소식이 얼마나 되겠는가. 꼭 할 말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뉴스의 가치는 충분하다.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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