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률의 다른생각] 통합브리핑룸,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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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률의 다른생각] 통합브리핑룸,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김성서
  • 승인 2018.06.28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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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율과 다양성의 산실
5공 기자실 형태 36년간 운영, 시대변화에 따라 당연히 바뀌어야
충남도청 기자실

[편집자주]고광률은 소설가이자 문학박사이다. 1990년 엔솔로지(아버지의 나라』 실천문학)에 통증으로 등단 이후장편소설 오래된 뿔(은행나무등을 발표하였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서울에서 잡지사 정치 관련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를 지냈고대중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문예창작 및 미디어 관련 출강을 하고 있다.

충남도가 중앙기자실과 지방기자실 그리고 브리핑룸을 합쳐 통합브리핑룸으로 운영하려는 뜻을 밝히고 추진에 나섰다. 도의회가 리모델링의 부적절성 등을 이유로 통합브리핑룸 개설 관련 예산액 7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가 지난 7월 18일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수정액 3억 2000만원을 가결했다고 한다.

 만찬은 그렇다 쳐도 취재마저 거부?

통합브리핑룸 운영은 정보의 고른 분배와 공평한 취재권 보장 그리고 업무 및 공간의 효율적 운영 등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강점이 많다. 그러나 이런 강점과 달리 현재 회사별 이름표를 달고 ‘지정석’을 사용하는 중앙지와 회원사 기자들에게는 그동안 누려온 기득권을 잃게 되는 불이익이 있어 받아들이기 곤란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지난 3일 안희정 지사가 공관에서 열기로 한 회원사 기자단 초청만찬을 기자단 측에서 일방 취소하는 방식으로 강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만찬 초청이야 거절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튿날 열린 안 지사의 ‘에너지 전환 및 대기질 개선 대책’ 기자 회견에도 회원사 기자단이 불참 했다는 것은, 기자 본연의 업무인 취재마저 팽개친 채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에 나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공평·공정한 정보유통체계는 선결과제

언론은 소통이다. 소통에 있어 자율적이고 개방적이며 공평·공정한 기회의 제공은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히려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기자실과 브리핑룸의 운영 시스템이 정보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일종의 ‘정보의 독과점 카르텔’을 돌봐주는데 기여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보의 취득 및 가공과 전파에 있어 모든 기자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졌을 때, 보다 공정하고 다양한 언론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운영 방식은 중앙지 및 회원사 기자들에게 유리한 취재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이 유리한 조건을 통해 유무형적으로 우월적·배타적 지위를 누리며 정보의 ‘집단 선점 및 독점’이라는 ‘특혜’를 누려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절묘한 특혜는 5공화국의 탄생과 함께 1981년부터 시작됐으니 그동안 누려온 것만으로 ‘과분’하다 할 것이다. 또한 36년 동안 운영되어져 왔으니 이제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당연히 바뀌는 것이 옳다 할 것이다. 매스미디어가 백 퍼센트 지배하던 시대에서 지금은 소셜미디어가 매스미디어를 압도하는 첨단의 정보통신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

이번 회원사의 집단적인 만찬 및 취재 거부를 보면서 그동안 이들이 제공받은 정보를 가공함에 있어 관점이나 논점을 서로 담합내지는 공모하려 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놀라운 우려마저 든다. 이런 정도의 결집력과 실행력이라면, 또한 주류 여론을 형성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회원사들이라면, 마음먹기에 따라 단합된 ‘힘’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변화하지 않고변화를 말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율성과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사회 발전의 초석이다. 지금은 기자들이 자신들의 불공정·불합리했던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권이 아무리 푹푹 썩어도, 언론과 학계가 같이 썩지 않는 한, 대한민국이 국정농단의 막장까지 가지는, 그래서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오기까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정 농단의 막장을 복구하는 데 얼마나 큰 국력이 소진되어지고 있는가. 이게 모두 국민의 에너지요,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들이다. 지금은 언론도 자성하여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엄중히 되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자신의 눈에 박힌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필부필부에 어린아이들까지 거리로 나와 스스로를 바꾸고 나라를 바꾸자고 외쳐 댔기에, 어떻게든 바꿔보고자 발버둥치는 중이다. 이런 막중한 상황에 그 누가 대놓고 과거를 사모할 수 있겠는가.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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