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섭의 교단직설] 대전A중학교, 제2의 숭의초 사태?
상태바
[신정섭의 교단직설] 대전A중학교, 제2의 숭의초 사태?
  • 김성서
  • 승인 2018.06.28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시교육청이 지난달 26일 작성한 해명자료 중 일부. 한 언론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유출’된 이 보도자료는 거센 논란이 일자 결국 배포되지 못했다.

편집자주교단직설(敎壇直說)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바르고 곧게 말함을 뜻합니다그릇된 것을 그르다 일컫고 옳은 것을 옳다 말하지 못한다면그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의 미래는 한없이 어두울 것입니다교육과 관련된 정책 등에 대한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기 위한 글이 연재될 것입니다필자인 신정섭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나불의를 참지 못해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이후 운동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97년 호수돈여고 영어교사가 된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달라져야 밝은 미래가 있다는 사명감으로 98년에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해오고 있으며 현재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서울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은폐․축소 의혹이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면서, 법이 돈과 권력 앞에 맥을 못 추는 현실을 목도한 서민들의 억장은 또 한 번 무너져 내렸다. 연예인 아들과 재벌 회장의 손자라는 이유로 학교폭력 가해자가 면죄부를 받는다면, 21세기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지금이 봉건제 신분사회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런데 숭의초 사태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뒤흔든 대전A중학교 사태를 떠올렸다. 두 사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닮았다. 둘 다 지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학교들 중 하나이고, 가해 학생 부모들 중 무시할 수 없는 힘과 권력을 가진 자가 여럿 존재한다. 명백한 학교폭력, 성폭력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교에서 아이들의 장난 정도로 덮었다는 점도 쏙 빼닮았다. 

다른 점도 있다. 숭의초는 서울시교육청이 특별감사를 벌여 학교폭력 은폐․축소 의혹을 사실로 밝혀낸 반면, 대전시교육청은 대전A중학교에 한두 번 진상조사를 나간 후 “사춘기 학생들의 장난”으로 결론지었다. 심지어 대전광역시교육청은 대전성폭력상담소가 지난 달 26일 해당학급 피해 학생 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개별면담 형태의 전수조사 결과마저도 무시하였다. 대전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이 면담 결과는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매우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열면 다치는 ‘판도라의 상자’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전성폭력상담소 이현숙 소장은 <다른시각>과의 인터뷰에서, “(학교는)가피해자가 확실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피해 학생 및 여교사에 대한 적절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아 2차 피해가 우려된다.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집단공연음란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장난 정도로 마무리하려는 학교와 교육청의 인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A중학교는 학교 명예가 실추된 데 대해서는 분노하면서도,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치유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또한 대전광역시교육청이 철저한 진상조사는커녕,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고 시도한 정황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를 “사춘기 학생들의 장난” 정도로 바라보고 적당히 덮으려 한 해당 학교와 대전시교육청의 후진적인 성인지 감수성은, 아이들의 가해 행동 그 자체보다 더욱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6월 26일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이 사건은, 사건 발생 5일 만에 열린 선도위원회에서 가해학생 10명에게 ’특별교육 5일’ 처분을 내린 것으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7월 10일 대전여성폭력방지상담소․시설협의회,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교조대전지부 등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단체들은 진정을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한 실태 파악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를 정확히 인식해야만 대책도 세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가해 학생들에 대한 더 엄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무조건 아픈 부분을 계속 건드려 상처를 덧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한 해결은 아닐 것이다. 다만, 누가 왜 어떻게 어디를 아프게 했는지 명확히 가려내야만 재발 방지도 기대할 수 있고, 피해학생 및 교사의 학교생활 회복도 가능하며, 근본적인 성폭력 예방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민낯은 참으로 부끄럽다. 학교는 왜 진실을 외면하려 할까? 대전광역시교육청은 왜 철저한 진상규명을 멀리 한 채 사건을 축소하려고만 드는 것일까? 지역 언론은 왜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소극적인 보도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반드시 이 질문들에 답해야 한다. 늘 그래왔듯이, 문제 해결의 키는 설동호 대전교육감이 쥐고 있다.

2017.07.1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