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없이 종일반 운영하거나 통학차량 운행 안해
“출근 할수도 안할수도 없어” 맞벌이부부 고충 토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유치원 일부가 4일 개학 연기를 강행하며 우려했던 ‘보육대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원을 연기한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기로 했던 부모들은 불편을 겪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강현숙 씨는 6살을 보내기로 한 유치원이 오리엔테이션까지 진행하고도 개학을 연기한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강 씨는 “개학일정 정상화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유치원과 신뢰 관계는 깨졌다. 학원복, 체육복, 가방 모두 가지고 환불 요청하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급한대로 친정 어머니의 손을 빌렸다”면서 “아이를 봐 줄 기관을 옮긴다는 게 엄마에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미 믿음이 깨진 곳에 (아이를) 맡기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유총의 개학연기 선언에 부모들은 아이를 맡아줄 곳을 찾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부에서는 개원하지 않은 유치원 유아들을 위해 긴급돌봄체계를 가동했지만, 학부모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정화연씨(38·여)는 “긴급돌봄이라도 되면 다행이지만 다른 아이들은 개학해서 유치원에 가는 데 우리 아이만 어린이집 임시 보육이라뇨…”라며 말끝을 흐렸다.
5살 아들은 둔 이경진씨(34·여)는 “(긴급돌봄 서비스는) 아이에게 낯선 환경이라 선뜻 신청 못하겠다”고 했고, 우정규씨(35·남)는 “부모 입장에선 만 4세도 안 된 아이를 낯선 환경 모르는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다”고 했다.
일부 유치원은 개학 연기를 결정했지만 맞벌이 부부를 위해 종일반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유치원들도 수업은 하지 않고 차량도 운행하지 않는다. 한여진씨(37·여)는 “유치원에서는 이미 단합해서 결정된 사항이니 어쩔수 없다”며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고 보내시면 (아이를) 데리고는 있어 드릴테니 보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은행에 다니는 최은선씨(34·여)는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결근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회사에서 ‘워킹맘’을 누가 채용하겠나”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