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온라인 강의 늘리고 졸업이수학점 축소
“수업없어 수강신청 못해” 학생도 피해 호소
“대학들이 ‘강사 제로’를 목표로 대량해고에 나섰다.”
“수업이 개설되지 않아 졸업도 미루게 됐다.”
오는 8월 대학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수업을 줄여가며 시간강사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자 강사들이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강사인력을 줄이기 위한 대학의 무리한 수업 축소로 강사들 뿐 아니라 학생들도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사제도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강사공대위)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분노의 강사들 3개 단체는 12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립대학들이 야만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강사를 거리에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사공대위에 따르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상당수 사립대들이 수업을 대폭 줄였다. 고려대의 경우 2019학년도 1학기 강좌가 지난해에 비해 200개 줄었고, 연세대는 선택 교양과목을 60% 축소했다. 배화여대는 졸업 이수학점을 80학점에서 75학점으로 줄였다.
강사들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동아대 등 여러 사립대가 강사들을 대량해고 했고, 2019년 1학기 시간표를 확정한 대학들도 강사 제로를 목표로 대량해고를 준비 중”이라며 “각 사립대들은 개설과목과 졸업 필수 이수학점 줄이기, 폐강 기준 완화, 대형 강의와 온라인 강의 늘리기 등 각종 꼼수를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8조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아둔 사립대들이 10여 년에 걸쳐 박사나 박사과정을 수료한 학문 후속세대를 거리로 내모는 것은 스스로 교육기관이기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강의를 대량 감축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대학교육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수업 축소로 선택권이 줄어 학습권을 침해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세대 재학생 오재하 씨는 “글쓰기 수업이 70여개에서 30여개로 줄었다”며 “(수강신청 자리가) 비었던 수업들이 이제는 못 듣는 수업이 됐다. 강사법을 핑계로 한 구조조정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재학생 장어진 씨도 “한 친구는 ‘수업이 개설되지 않아 졸업을 연기해야 한다’며 분노했다”고 전하며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도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사들은 “정부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OECD 평균 수준의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고 나아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강사들의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대학재정지원과 연계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