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설거지‧대리주차까지…속 끓는 교무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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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설거지‧대리주차까지…속 끓는 교무행정사
  • 최정
  • 승인 2018.12.2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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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교무행정사, 교사 부당행위 청원후 협박당해 자살
“잡일 시키고 교장‧교감 비서처럼 부려” 하소연 쏟아져
전남의 한 사립고 교무행정사가 교장 승진심사를 앞둔 교사의 부당행위를 제보한 사실이 알려져 협박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이상난 교육공무직 강원지부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강원교육청 앞에서 교무행정사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스1  

교사의 부당행위를 폭로한 20대 여성 교직원이 해당 교사로부터 수차례 협박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교무행정사들이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전남 장성의 한 사립고에 근무하던 교무행정사 A(29‧여)씨가 지난 3일 광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A씨는 1월 15일 같은 학교 교사 B(60)씨의 부당행위를 언급하며 교감 승진자로 부적절하다는 내용을 국민신문고에 게재했고 B씨는 승진에서 탈락했다. 이에 불복한 B씨는 3월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를 제기했고 심사위의 답변 과정에서 국민신문고 제보내용이 전달됐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배후를 밝혀라’, ‘고소하겠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21차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사건이 알려지자 인터넷 카페 등에 교무행정사들이 부당한 대우를 하소연하는 글이 쏟아졌다. 한 교무행정사는 “업무분장이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리자들의 의식개선이 되지 않았다”며 “교육청에서 공문으로 엄연히 금지시키는데도 잡일들이 쌓여간다”고 불평했다. 또 다른 교무행정사는 “청소와 설거지, 차 접대는 기본이고 교사들의 축·조의 답례 떡 배달 등이 다 저희들 몫”이라며 “학교의 모든 시스템이 학생 위주가 아닌 교사 편의 위주로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교장과 교감이 개인비서처럼 부린다고 탄식했다. 공립학교 한 교무행정사는 “어떤 교감은 차 키를 던져주면서 차량을 현관 가까이 옮기게 하거나 출장시 운전까지 시킨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무행정사들은 한번 낙인찍히면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불안감으로 자신의 신문이 노출되는 것은 극도로 꺼렸다. 한 교무행정사는 “전남교육청 홈페이지의 교육감 신문고에 부당행위 글을 올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자가 해당 학교에 전화해 ‘갑질 신고가 들어왔으니 직원에게 글을 내리라고 하라’고 말할 정도다”며 “갑질 교사도 엄벌해야 하지만 개인정보를 유출한 교육청 직원도 꼭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며 “뻔히 있는 사실을 말하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밝히지 못하는 저희들이 바보다”고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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