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절대평가 전환에 '불똥' 튄 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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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절대평가 전환에 '불똥' 튄 국어
  • 최정
  • 승인 2018.11.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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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입학시험보다 글자수 많고 지문내용 난해
영어 절대평가 도입후 변별력 확보 필요해진 탓
전문가 “수능 개편시 수험생 불이익 최소화해야”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열린 '2019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수능 후 첫 주말, '불수능' 여파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수험생들이 수시 논술 시험으로 대거 몰리며 전국 각 대학이 북새통을 이뤘다. 뉴스1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수능을 이른바 '불수능'(아주 어려운 수능)으로 만든 국어영역 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교육현장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영어 절대평가 전환·수준별 시험 폐지 등 수능 체제 변화에 따른 부작용과 과도한 변별력 확보 의도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수능이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원인은 국어영역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문이 너무 길고 내용도 난해해 수험생들이 시험시간(80분) 내에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어가 초고난도 영역으로 거듭난 데에는 영어 절대평가 전환이 주요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영어영역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반대급부로 국어 변별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일정 성취수준(점수)만 넘으면 똑같은 등급을 받는 절대평가는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동점자를 양산해 변별력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또 다른 주요과목인 수학영역이 지금보다 난도를 더 높이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교육당국 입장에서는 수포자(수학포기자) 양산과 사교육 확대 가능성을 고려하면 수학영역 난도 상승은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7학년도 수능부터 수준별(계열별) 시험(A/B형)이 폐지된 점도 국어 난도 상승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이때부터 이른바 '킬러 분야'(변별력 확보를 위한 고난도 분야)로 꼽히는 독서(비문학)분야가 더 어려워졌다.

계열(인문·자연계열)에 따른 유불리 논란을 막기 위해 훨씬 더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면서다. 전년도 수능 국어 독서분야에서는 환율의 오버슈팅 현상(단기 급등락)이, 이번 수능에서는 우주론이 출제됐다. 이를 설명하려면 당연히 지문의 정보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은 길고 생소한 지문에 어려움을 느낀다.

수준별 시험 폐지 이전인 2016학년도 수능 국어 글자 수(띄어쓰기 등 공백 제외 기준)는 이과생이 주로 치르는 A형이 2만9062자, 문과생이 보는 B형이 2만9267자였다. 통합 이후인 2017학년도에는 3만623자, 2019학년도에는 2만9918자로 1000자안팎 더 늘었다. 이는 법조인을 꿈꾸는 대학 졸업자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해 치르는 법학적성시험(LEET, 2018학년도 기준)보다도 각각 1352자, 647자가 더 많다.

난도는 점수로도 확인된다. 수준별 시험 폐지 이전 2016학년도 수능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34점(A형), 136점(B형)이었지만 직후인 2017학년도는 139점으로 집계됐다. 올해 수능 가채점 결과만 놓고 보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점수 최고점은 올라간다.

출제자들이 지나치게 변별력 확보를 의식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독서분야에서는 기존 수능(1994~2018학년도)이나 시중 문제집에서 나오지 않은 지문을 출제하다보니 내용이 점점 생소하고 어려워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수능 체제를 바꿀 때 그에 따른 파장이나 부작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이번 사례는 수능의 변화가 수험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향후 수능 개편 때에는 이런 부작용까지 세세하게 고려해 수험생 불이익을 최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변별력 확보를 의식한 무리한 출제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이 대입에서 선발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변별력 확보는 필요하지만 이번 국어영역, 특히 독서분야는 결과적으로 그 정도가 지나친 꼴이 됐다"며 "수능의 본래 목적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역량을 확인하는 것을 기본으로 두고 난도 조절을 하는 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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