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딱‧맘충‧김치녀…점점 느는 혐오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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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딱‧맘충‧김치녀…점점 느는 혐오 신조어
  • 최정
  • 승인 2018.10.09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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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5년간 차별‧비하표현 심의 증가세
남녀갈등‧패륜행위‧약자 혐오표현 등 늘어
외국선 법적재제…“근본적 원인 성찰해야”
한글날인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 1~7월 온라인상 차별·비하정보 심의 건수는 1041건, 시정요구(해당 정보의 삭제) 건수는 913건을 기록했다. 사진은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에 꽃으로 '한글 사랑해'라는 글자가 만들어져 있는 모습. 뉴스1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지 572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글은 초기의 모습과는 다소 달라졌지만 여전히 한민족의 정체성을 관통하는 언어로 자리잡고 있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창조성과 가변성을 갖췄다. 특히 읽고 쓰기 편한 한글의 경우 기발한 생각을 가진 이들에 의해 새로운 단어가 탄생하고,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단어는 사장되는 것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단어, 신조어는 그 시대의 자화상이다. 신조어를 보면 그 단어를 주로 쓰는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혐오 신조어

최근의 신조어는 주로 '축약'과 '혐오'로 귀결되는 추세다. 큰소리 치는 노인을 뜻하는 '틀딱'(틀니딱딱의 줄임말)은 젊은 세대와 노인, 즉 세대간의 간극을 대표한다. '맘충'(엄마를 뜻하는 'mom'과 한자 '벌레 충'의 준말)은 일부 자기 자식만 위하는 어머니들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드러낸다.

이 같은 단어는 얼굴을 맞댈 필요가 없는 인터넷상에서 더욱 활발하게 사용된다. 특히 '김치녀'(물질적인 것을 유난히 밝히며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성)와 '한남충'(한국 남자와 '벌레 충'의 준말)으로 대변되는 남녀간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 1~7월 온라인상 차별·비하정보 심의 건수는 1041건, 시정요구(해당 정보의 삭제) 건수는 913건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심의건수 통계를 살펴보면 △2014년 861건 △2015년 1184건 △2016년 3022건 △2017년(1~6월) 1356건 등으로 2016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방심위는 지난 9월 한 달 동안 패륜행위와 약자 혐오표현 등을 담은 인터넷 게시글 497건에 대해 시정요구를 했다. 삭제요청한 게시글은 성적인 욕설, 살인이나 끔찍한 신체훼손을 묘사하는 내용 등도 있지만 부모에 대한 패륜적 표현, 노인이나 특정 성별에 대해 혐오감을 표출하는 내용 등도 발견됐다.

혐오표현 근본적 원인 성찰 필요

외국의 경우 혐오표현을 제재하는 법안이 있는 곳도 있다. 영국은 피부색·인종·출신국에 대한 혐오를 선동할 의도로 문서를 배포하거나 공공장소·공적 모임에서 이같은 표현를 사용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파운드(한화 146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독일도 올해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정 대상을 혐오하는 내용이 게시되면 운영업체가 이를 삭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특정인을 지칭해 비하할 경우 명예훼손·모욕죄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온라인상의 혐오발언들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이에 지난 2월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의원 시절 '혐오표현규제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 논란이 됐고 김 장관은 해당 법안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렵지만 근본적인 갈등 현상을 완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바쁜 현대사회에서 남들에게 신경 쓰기는커녕 자신에게 주력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저 늙은이가, 저 엄마가, 저 아이가, 저 남자가, 저 여자가' 나를 방해한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회피라는 수동적 의미를 넘어 혐오·증오라는 공격적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본인이 느끼게 되는 나름의 평화, 조그마한 행복을 방해하면 그것에 대해 혐오의 정서로 대응한다"며 "조롱하고 비난하면서 스트레스 해소의 쾌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또 "인종적 혹은 성차별적인 부분에 대해선 혐오표현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혐오표현 금지법은 사법부에 너무 많은 권한(재량권)을 주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혐오표현을 쓰지 말자'가 아니라 '혐오표현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우리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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