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작가 최인훈 84세로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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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작가 최인훈 84세로 타계
  • 최정
  • 승인 2018.07.2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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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문제 현실적으로 그리며 한국문학사 큰 족적
병상서도 제자 격려하고 작품 다듬어
故최인훈 작가. 뉴스1

4개월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이 향년 84세로 23일 별세했다.

최인훈은 1934년(공식 기록은 1936년) 함북 회령에서 목재상인의 4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50년 6·25전쟁의 발발과 함께 피란수도 부산행 해군함정 LST편에 몸을 실은 월남민 대열에 있었고, 이후 서울에 정착해 대학 공부와 통역장교로 복무한 7년간의 군 생활에 이르기까지 최인훈은 해방-전쟁-분단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해온 표징이나 다름없는 작가다.

한국 현대 문학사의 최고 고전으로 꼽히는 '광장'과 '화두'를 남겼으며 이밖에도 '구운몽', '열하일기', '회색인', '서유기',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하늘의 다리' 등을 펴내며 전쟁과 분단, 이념 문제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전후 최대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광장은 일찌감치 통쇄 100쇄를 기록한 작품으로 1960년 '새벽'지 발표 후 여덟 차례 크고 작은 개작으로 아홉 개의 개정 판본을 지닌 한국현대소설사에서도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작품이다.   

가족에 따르면 작가는 지난 몇 달간의 남북 관계 해빙무드를 지켜보며 "통일보다 재통일이 더 위대하다. 처음부터 통일되어 있어 끄떡없는 것보다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했다가 여태까지의 흐름을 거슬러서, 그렇게 다시 한국이 통일된다면 참 위대한 일이다. 마치 삼단뛰기라는 운동의 원칙처럼 한 번, 두 번, 세 번, 같은 뜀박질이라도 세번째 한 것이 더 위대하다. 그것이 변증법이라는 말의 진정한 가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인훈은 병상에서도 제자들과 평론가들을 격려하고 작품을 다듬는 모습을 보였으며, 자신의 소설 '하늘의 다리'에 "삽화를 꼭 넣어달라"는 부탁을 듣고 병간호를 하던 며느리가 시간을 쪼개 책자를 만들어 보이자 크게 기뻐하는 등 끝까지 글쓰기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으로 부인 원영희씨와 아들 윤구, 딸 윤경이 있으며 빈소는 대학로 서울대병원 마련됐다. 장례는 문학인장(장례위원장 김병익)으로 치러지며 25일 오전 0시에 영결식이 거행되고 장지는 경기도 고양시 자하연 일산 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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