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창의 파사현정] 언론인의 자격과 ‘일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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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창의 파사현정] 언론인의 자격과 ‘일베기자’
  • 김성서
  • 승인 2018.06.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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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협회와 KBS기자협회 등 각 협회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가진 일베 수습기자 임용 결사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5.3.30.

[편집자 주] 破邪顯正은 삿된 견해를 논파하여 올바름을 드러낸다는 용어입니다. 언론의 역할을 이만큼 적확하게 표현한 용어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언론과 관련해 그릇된 견해들을 끄집어내어 바로 세워보려는 글들이 연재될 것입니다. 필자인 우희창 박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신문사 기자로 사회 첫발을 내딛었고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충청남도 미디어센터장을 거쳐 현재 대전충남민언련 공동대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영화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을 보면 편집장 브래들리가 취재기자인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에게 일갈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일의 성패에 달린 건 다른 게 아니야. 수정헌법 제1조, 바로 언론의 자유지. 그리고 아마도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고도 할 수 있겠지.” 이 말에는 언론은 정부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국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을 동시에 담고 있다.

언론의 이론 중에서 가장 최근에 대두된 이론이 ‘사회책임이론’이다. 언론의 자유를 강조한 자유주의이론에 일대 지각 변동을 일으킨 이론이다. 이 이론이 처음 분명하게 제시된 것은 1947년 3월 27일 언론자유위원회(Commission on Freedom of the Press)가 발행한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A Free and Responsible Press)’에서였다. 위원장의 이름을 따 허친스 위원회(Hutchins Commission)로 알려진 이 위원회는 언론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해를 높이는 한편 언론에 대한 불신감을 줄이기 위해서 조직되었다.

이 위원회 보고서의 핵심은 “언론이 사실을 의미 있는 맥락에서 제시해야 될 뿐만 아니라 사실에 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언론은 객관적 사실 이상의 추구하고,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의 행간을 읽어야 하고, 사건의 아래와 위와 뒤에 무엇이 있나 살펴보아야 하고, 기자가 취재하지 못한 진실을 찾아서 제시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언론이 ‘공중(public)에 대한 봉사’보다는 언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특정 집단과 밀착하고 지엽적 문제를 선정적으로 다룸으로써 국민의 관심을 오도시킨다는 비판과 우려가 있었다.

현재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은 이 사회책임이론에 따라 자유롭게 보도하면서도 공중(public)에 봉사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 한다는 원칙 아래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언론인(기자)의 자격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취재 대상인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정신적 건강, 투철한 사회정의감, 공평성, 공인성(公人性), 통찰력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 규정된 기자의 자격은 따로 없다. 그러나 적어도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언론이라고 한다면 소속 기자가 진실을 추구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등 기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엄격하게 보아야 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라 할 것이다.

몇 년 전 반사회적 커뮤니티로 알려진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활동 전력이 있는 자가 KBS 기자로 채용되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기자가 최근에 취재부서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KBS 여성협회가 낸 성명을 보면 “사회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된 자가 사회를 말하는 취재부서에 입성했다”고 밝히고 “의도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KBS 구성원이어서는 안 된다는 직원들의 외침은 완전히 묵살 당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 기자가 KBS 입사 전 ‘김겸양’이라는 가명으로 일베에서 활동한 기록을 보면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그의 여성을 차별하는 편견성 어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생리휴가는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직장 여자 상사 또는 생리휴가감사위원회(가칭)에 제출하고 사진자료를 남기면 된다,
성 팔면 피해자성 사면 가해자명백한 시장거래 행위를 가해자-피해자 대립구도로 보는 시각도 참신하다막말로 마약 팔러왔습니다사시면 님 처벌 받지만 난 안 받아욤왜냐면 저는 먹고살려고 파는 거니까요.” 
여자들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연음란 아니냐” 
밖에서 몸 까고 다니는 X이면 모텔 가서 함 하자 하면 X XX 같은데

이밖에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폭동’이라 표현하고 일베 비판 댓글을 조롱하기도 했다. 진보를 기생충으로 표현한 글을 옹호하기도 하는 등 일베 게시판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의 글들을 면밀하게 보면 그는 분명 기자로서 자격 미달이다. 진실을 추구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편견 가득한 시각으로 무엇을 보도할지 뻔한 일 아닌가. 아니 그가 미달이라기보다는 사실 그를 채용하고 버젓이 취재기자로 발령 내는 KBS가 언론으로서 미달이다.

언론이 사회에 대해 가져야 할 책임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를 종합해 요약하자면 사회 구성원 간 서로 존종해 가며 사회가 잘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허친스위원회가 말하는 ‘공중(public)에의 봉사’일 것이다.

악의적이고 편향적이고, 반사회적이고, 반인권적이고, 지역주의적인 주장을 쏟아내며 여성 비하와 차별을 일삼는 것은 방종일 뿐이다. 그러한 ‘일베 기자’가 과연 사회적 책임을 갖는 언론인으로서 자격을 갖고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KBS는 ‘수신료’를 시청자들로부터 징수해 운영하는 사회적 책임을 온전하게 갖는 방송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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