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시 ‘문인 모시기’ 마케팅, 혈세낭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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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시 ‘문인 모시기’ 마케팅, 혈세낭비 논란
  • 최정
  • 승인 2018.06.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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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 박범신에 이어 김홍신 문학관도 건립 예정
“지역 이미지 제고”vs“과도한 혈세 투입”
박범신 집필관(사진 왼쪽)의 모습과 김홍신문학관 조감도.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유명 작가들을 모시기 위해 문학관을 세우는 등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문인 모시기’가 방문객 유치를 통한 지역관광 활성화나 이미지를 높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과도한 혈세가 투입된다는 주장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수원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는 지난달 25일 고은 시인의 주거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시민 공간에 무상으로 거주하는 고은 시인은 광교산을 떠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수원시는 안성에서 20여년 동안 거주한 고은시인을 ‘모셔’오기 위해 2011년 광교산 자락의 한 주택을 리모델링해 제공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개발제한구역 등 규제로 인해 주택 개·보수조차 못하고 있지만 고은 시인은 저명한 문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누린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의 ‘문인 모시기’ 마케팅은 공공연하다. 충남 부여에는 신동엽 시인을 기리는 ‘신동엽 문학관’이 있고, 강원도 원주에는 박경리 작가를 기리는 ‘토지문학관’이 있으며 강원도 춘천에는 ‘김유정 문학촌’이 소재하고 있다. 또 생존한 유명작가 가운데 최초로 문학관이 건립된 이외수 작가의 문학관은 강원도 화천에 있으며 부산 해운대에는 ‘김성종 추리문학관’이 지역 명소로 자리 잡기도 했다.

충청권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활발한 지원을 펼치는 곳은 충남 논산시다. 2011년 소설 ‘은교’를 집필한 박범신 작가의 집필관이 가야곡면에 만들어졌고, 지난달 27일에는 ‘인간시장’의 김홍신 작가의 문학관 기공식이 내동 1221번지 일원에서 열려 오는 10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지자체들이 앞 다퉈 유명 문인들을 모시는 이유는 작가들의 ‘후광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또 유명 작가들을 지역으로 이주시키거나 문학관을 만들어 지자체와 문인의 이미지를 겹치게 하고 지자체의 ‘명소’로 만들어 관광효과를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지역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과도한 혈세가 투입됐다는 것이 불만의 주된 이유다. 논산에 거주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박범신 작가를 위한 집필관 뿐만 아니라 ‘와초 박범신 문학제’, ‘탑정호 박범신 바람길’ 등 관련 사업이 지역에만 부지기수”라며 “피부로 와 닿는 이익은 없지만 유명 작가라는 이유로 특혜를 주고 시민이 낸 세금으로 개인 집필관을 운영하는 것은 불공정하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김홍신 작가의 문학관마저 들어서게 되면 논산은 유명 작가로 인한 이미지 제고는 분명 있겠지만 과도한 시민혈세의 투입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 박탈감을 표시하는 문인들도 적지 않다.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문인은 “지자체가 유명 작가를 유치해 지역의 홍보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유명 작가들만을 모셔오기 위해 노력하고 홍보할 것이 아니라 지원이 절실한 작가들을 지원하는 역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토로했다.

20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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