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의 시절잡설] '기레기'가 남긴 쓰레기 한 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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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의 시절잡설] '기레기'가 남긴 쓰레기 한 덩이
  • 김성서
  • 승인 2018.06.22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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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박현 시인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시를 쓰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소박한 대답을 세상을 ‘흘겨보면서’ 나누고자 한다.

결국…'김영란법'에 무너진 고급 음식점들
마지혜 / 구은서 / 성수영 입력 2016.12.30 15:50 수정 2016.12.30 15:51

<한국경제신문>이 입력한 12월 30일자 기사의 제목이다. 이 천박하고 근본 없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마지혜, 구은서, 성수영이다. 도대체 <한국경제신문>이라는 신문사에 데스크는 있는가? 데스크가 있다면 이따위 기사 제목을 그대로 입력하는 것을 용인하였다는 말인가? 검열이 아니라 검토, 검수의 차원에서 그 누구 하나 기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분노를 잠시 수그리고 기사의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자.

‘식당 줄도산’ 시작되나
40년 역사 ‘남강’·20년 ‘아오야마’·28년 ‘이즈미’ 31일 문 닫는다
장기 불황에 영업환경 악화.. 9월 김영란법 시행 ‘직격탄’
광화문 등 권리금도 사라져
[마지혜 / 구은서 / 성수영 기자] 서울 청담동에서 20년간 자리를 지켜온 고급 일식당 ‘아오야마’가 31일 폐업한다. 삼성동에서 28년간 명맥을 이어온 일식집 ‘이즈미’, 서소문동의 40년 된 고기요리 전문점 ‘남강’도 같은 날 문을 닫는다. 30일 이 식당 관계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4년 접대비 실명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도 버텼지만 김영란법 여파가 가장 혹독하다”며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안 보여 문을 닫는다”고 했다.

도대체 기자는 왜 음식점 폐업에 이리 통탄해마지 않는 기사를 송고한다는 말인가? 이 기사가 시사로서의 시의성이나 놀랄 만한 기이성이 있는가? 이 음식점들이 역사성을 띠는 문화 현상으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이 음식점의 주인들이 기사의 프레임에 걸릴 만큼 사회적 임무를 수행한 자들인가? 그들의 행위가 타의 모범이 되어 그 공적이 산포될 때 어떤 의미를 발현하는가?

더 큰 문제는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의 시선에 있다.

한정식, 일식 등을 판매하는 고급 음식점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정도가 심하다. 장기 저성장으로 소비자의 지갑이 가벼워진 데다 지난 9월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결정타를 날렸다.
청담동 아오야마의 박범순 실장(60)은 “주로 국회의원, 공무원, 의사, 기업인이 단골이었다”며 “이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출이 4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서소문동 남강의 류이상 실장(63)은 “손님의 30%는 서울시청 직원 등 공무원, 70%는 인근 기업 직원이었다”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 법인카드 사용이 크게 줄고 개인카드로 더치페이하거나 모임 구성원끼리 돌아가면서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값비싼 메뉴는 잘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꾸로 묻는다. 그동안 이 고급 식당이 잘 된 것은 남에게 밥 얻어먹던 “국회의원, 공무원, 의사, 기업인” 때문이었는가? 김영란법 이전에 이 고급 음식점들이 잘 되었다는 얘기는 그만큼 공직사회가 얻어먹는 밥에 익숙해있었다는 의미가 아닌가? 더욱이 그 밥값이 3만원을 넘어 기십만원에 이를 만큼 비쌌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기십만원짜리 밥을 얻어먹는 사람이 줄어들어 공직사회가 투명해진다면 그것이 더 건강한 사회가 아닌가 묻는다.

기자는 김영란법 때문에 이 식당들이 문을 닫는 것이 통탄할 일이라고 기사를 써서는 안된다. 그동안 제 돈을 주고 밥을 사먹은 국회의원, 공무원 따위가 없었다는 사실을 썼어야 한다. 도리어 김영란법으로 인하여 이 고급 음식점에서 남에게 비싼 밥을 공짜로 얻어먹던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썼어야 한다. 김영란법으로 인하여 이런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그것이 한국 사회가 더 투명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는 팩트를 기술했어야 한다.

기자여! “기레기”라는 신조어를 새기라. 그대들이 걱정해야 하는 사람은 일인당 십만원짜리 메뉴를 팔지 못해 문을 닫는 고급 식당 주인이 아니라, 밥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굶어 죽어가는 이 겨울 음지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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