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늘어나는 ‘배추밭 갈아엎기’…악순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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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늘어나는 ‘배추밭 갈아엎기’…악순환 계속
  • 김성서
  • 승인 2019.05.2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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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7년 450억 들여 채소 37만톤 땅에 묻어
소득향상·사회적이익 적어 “정확한 수급정책 필요”
산지폐기 규모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농가의 소득향상에 미치는 효과가 적고 사회적 이익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제주시 애월읍의 한 양배추 밭에서 농민이 양배추를 산지 폐기하고 있는 모습.뉴스1

정부가 올 들어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을 우려해 배추 4만6000톤, 무 2만톤, 양파 6000톤, 마늘 3300톤 등을 산지폐기에 나섰지만 농가의 소득향상에 미치는 효과가 적고 사회적 이익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13~2017년 산지폐기로 묻힌 채소류 규모는 37만톤으로, 폐기비용만 4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주요 채소류의 수급환경 변화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추진한 채소류 산지폐기사업으로 농가(생산자)의 이익은 377억2700만원 증가한 반면, 줄어든 소비자 이익은 380억87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기간 정부의 채소류 산지폐기사업으로 발생한 사회적 후생손실이 3억6100만원이라는 뜻이다. ‘후생손실’은 소비자와 공급자의 이익과 손해를 종합한 것으로, 금액이 늘수록 효율이 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후생손실 규모만 놓고 보면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산지폐기가 매년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에는 6만2000톤의 채소류가 버려졌고 지난해에는 7만4000톤이 땅에 묻혔다. 지난겨울 유난히 따뜻했던 날씨 탓에 채소류 생산량이 늘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산지폐기 물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농가가 농협을 통해 채소를 계약 재배하고, 출하량을 조절하면 평년 가격의 80%를 보장해주는 ‘채소가격안정제’를 2017년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정부 수매단가가 낮은 탓에 참여농가가 10% 수준에 머무르는 등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아직까지 채소류 가격 안정을 위해 시장격리 조치인 산지폐기 이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산지폐기에 따른 비용 보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농가가 해당 품목의 생산을 기피해 해당 채소류의 값이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생산량 및 소비량과 함께 수입량, 기상변화, 대체재 생산 소비량 등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실행조직을 육성해 재배면적 조절에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병옥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격리 사업은 농가 소득향상에 미치는 효과가 적다. 특히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계약재배에 참여한 생산자만을 대상으로 활용돼야 한다”면서 “수급정책의 중요도와 만족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사전 재배면적 조절, 농업관측, 계약재배 사업 등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정확한 수급정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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