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 첫발 뗐지만…‘제2 누리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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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무상교육 첫발 뗐지만…‘제2 누리사태’ 우려
  • 김성서
  • 승인 2019.04.09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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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학기 실시…정부·교육청 47.5%씩 부담
예산당국 ‘지방교육재정교부율 인상’ 난색
“법 개정 없으면 매년 예산 관련 갈등 뻔해”
당정청이 올해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결정한 가운데 '제2의 누리과정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뉴스1

당정청이 올해 2학기부터 2021년까지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제2의 누리과정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교 무상교육에는 약 2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에는 재정당국이 난색을 표하면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9일 당정청 협의를 열고 고교 무상교육 시행 계획을 확정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올해 2학기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시작해 오는 2021년까지 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이는 애초 국정과제 추진 계획보다 1년 앞당겨진 것이다.

소요 예산은 올해만 3856억원이 들고 고교 2·3학년을 지원하는 내년에는 1조3882억원이 들어간다. 고교 무상급식이 전 학년으로 확대되는 2021년부터는 1조9951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예산은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부담한다.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는 2021년에는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각각 9466억원씩 부담하고 지방자치단체가 1019억원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각 교육청은 저소득층 고등학생 학비 지원 사업 등으로 538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정부는 148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시행되면 교육청은 4086억원, 정부는 7986억원을 추가로 부담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장 올해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대한 무상교육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3856억원이 필요한 가운데 1300억원 가량은 교육비 지원 사업으로 교육청 예산이 잡혀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2500억원 가량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지만 교육부는 세계잉여금(초과세입+쓰지 않고 남은 예산)이 충분한 만큼 충당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청의 추가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교육감과의 협의를 마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시·도 교육감들을 찾아가 설명하고 협의했다”면서 “고교 무상교육의 필요성에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정책위의장,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등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스1

문제는 관련 법 개정 없이 고교 무상교육을 시작할 경우 향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감들은 이 계획에 동의하더라도 3년 뒤 새롭게 선출된 교육감들이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물을 경우 3년 전 누리과정 사태가 재현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만 3~5세 누리과정을 시행하며 유치원·어린이집에 투입되는 지원금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도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며 한때 보육 대란이 일었다.

이에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부율 자체를 높여 시·도 교육청에 추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현행법상 내국세 총액의 20.46%를 시·도 교육청에 교부하고 있는데, 이를 지금보다 0.8%포인트 가량 올린 21.33%까지 높여 안정적인 예산 확보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교육예산을 늘리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해 이번 방안에 교육예산 교부율 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은 필수”라며 “법 개정이 없다면 매년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수 있고 이로 인해 학생·학부모들도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법 개정의 지속 추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시·도 교육감의 협조로 2024년까지는 증액교부금 형태의 무상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면서 “이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추진, 안정적인 지방교육 재정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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