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M87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 동시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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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M87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 동시 포착
  • 김성규 기자
  • 승인 2023.04.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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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 ‘부착원반’도 관측
기존 EHT 블랙홀 영상서 확인할 수 없었던 물리 현상 규명
GMVA+ALMA로 관측한 M87 블랙홀.블랙홀의 부착원반 구조(좌측 확대 이미지)와 함께 블랙홀로부터 분출되는 제트를 확인할 수 있다. ©Nature
GMVA+ALMA로 관측한 M87 블랙홀.블랙홀의 부착원반 구조(좌측 확대 이미지)와 함께 블랙홀로부터 분출되는 제트를 확인할 수 있다. ©Nature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영득)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이 M87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의 그림자와 강력한 제트를 최초로 동시에 포착했다.

이와 함께 사상 최초로 M87 블랙홀의 부착원반의 모습도 확인해 해당 연구결과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한국 시각으로 지난 27일(영국 시각으로는 26일 16시)자에 실렸다.

기존 EHT와 이번에 GMVA+ALMA로 관측된 고리 구조의 차이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
기존 EHT와 이번에 GMVA+ALMA로 관측된 고리 구조의 차이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

국제공동연구진은 국제 밀리미터 초장기선 간섭계(Global Millimeter VLBI Array, 이하 GMVA)와 칠레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 이하 ALMA), 그린란드 망원경(Greenland Telescope, 이하 GLT)을 이용해 관측했으며, 이 망원경들의 참여로 기존 EHT(사건지평선망원경, Event Horizon Telescope) 블랙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물리 현상을 발견했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들을 흡수하는데 이 물질들은 블랙홀 중심부에 부착원반 구조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제까지 블랙홀 부착원반 존재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는 제시됐으나 부착원반의 구조를 분해해 영상화한 적은 없었다.

이번 관측으로 부착원반에서 나온 빛이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M87과 같은 무거운 타원 은하의 블랙홀들이 주변의 물질들을 천천히 흡수한다는 기존의 예측 또한 증명했다.

부착원반은 블랙홀 혼자서는 아무런 빛을 내지 않는다. 블랙홀은 근처의 기체들을 중력으로 끌어들이는 부착으로 빛을 내게 된다. 조금이라도 회전하고 있는 기체들은 부착되어 회전이 빨라지면서 부착원반을 형성하게 된다.

국제공동연구진은 EHT 관측에서 사용한 빛 파장대(1.3mm)보다 긴 3.5mm의 파장대에서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발견했다. 관측한 고리 구조의 크기는 EHT로 관측한 고리 구조에 비해 약 50% 크게 나타났다.

1.3mm 파장대에서 관측한 EHT 이미지에서는 블랙홀 주변의 광자 고리만 나타났지만 더 긴 파장대에서 관측한 GMVA+ALMA 이미지에서는 광자 고리 이외에 블랙홀보다 규모가 큰 바깥쪽 부착원반의 플라즈마에서 나온 빛이 함께 포착됐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최초로 M87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도 동시에 포착했다. 해당 결과는 블랙홀이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제트를 만들어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들의 진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트는 기체와 액체 등 물질의 빠른 흐름을 말하는데, 노즐 같은 구조를 통과하며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질이 방출되어 만들어진다. 블랙홀 주변의 강력한 자기장, 부착원반(또는 여기서 나오는 방출류)과 블랙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강력한 제트 방출 현상이 발생한다.

이번 발견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에 참여하는 ALMA의 역할이 컸다. ALMA는 이미지의 감도와 남북 방향 분해능을 크게 향상해 사상 최초로 3.5mm의 파장대에서 고리 구조의 발견을 가능하게 했다. 한편 한국 연구진은 초장기선 간섭계 데이터의 오차 제거와 데이터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과정에 참여해 연구에 기여했다.

공동연구진은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천문연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하와이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GMVA, ALMA를 활용해 M87 블랙홀을 한 달간 네 차례 집중적으로 추가 관측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M87에서 관측되는 강한 제트의 형성 원인과 블랙홀 주변의 플라즈마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계속 연구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한국측 책임자인 박종호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십 년간 예측만 무성했던 블랙홀 부착원반을 사상 최초로 직접 영상화해 존재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블랙홀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결과”라며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시켜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121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종호 선임연구원, 변도영 책임연구원, 정태현 책임연구원, 경북대 김재영 교수 등 총 네 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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