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42 바르셀로나 Barcelona7 -바르셀로나를 떠나며
상태바
산티아고 순례길 #42 바르셀로나 Barcelona7 -바르셀로나를 떠나며
  • 류호진
  • 승인 2021.07.05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의사 이상용 원장은 대전대학교한방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전 유성에 '용한의원'을 개원, 운영하고 있다.

 

나의 여행기 42 (2018. 5.30.~6.5.)

바르셀로나 Barcelona7

-바르셀로나를 떠나며

바로셀로나 외곽도시 몬세라트, 타라고나, 시체스를 돌아본 후 스페인 광장에서 현지 투어 일행과 헤어진 후 늘 그렇듯 홀로이 2개월 여정의 종지부를 찍는 저녁을 맞는다.

저녁 식사는 쌀국수를 선택했다. 도시 한 가운데 독특하게 솟아 있는 외관으로, 밤마다 특이한 조명을 밝히며 바로셀로나 밤의 한구석을 지배하는 우뚝 서 있는 최첨단 건물은 아그바 타워라 불리는데 수자원 관련 회사 소유라 한다.

투어 버스에 탑승하여 지나친 적은 있지만 밤에는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강렬한 붉은색과 코발트 색의 조명이 어우러진 불빛을 발산하는 밤의 모습은 매혹적이다.

강렬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불나방처럼 그곳을 바라보며 걷기 시작한다. 느낌상 금방 찾아갈 것 같은데 생각처럼 다가서지 못한다.

몇 번의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다 건물 가까이 다가선다. 막상 다가서니 빨강과 코발트가 만들어 내는 보라빛 건물 파사드가 무뚝뚝하고 건조한 표정으로 하늘을 가리며 솟아 있고 출입문은 닫혀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주던 위안과 평화는 아니다.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며 발길을 돌린다. 어렵게 찾아온 곳인데 사진 하나 남기려고 찾아왔단 말인가?

발길을 돌리는데 허탈한 기분이 생긴다. 앞만 보며 달려와 겨우겨우 이루어 냈지만 정작 성취의 순간에 맞이한 허무함이 몰려온다.

초저녁과 깊은 밤의 사이를 가르며 숙소를 향하여 걷는데 기대한 만큼 진도는 나가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마의 블록에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러다 바로셀로나의 마지막 밤은 길거리 골목을 방황하며 지샐 수도 있다. 비상조치가 필요하다. 2시간 좌충우돌 헤메던 길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택시를 선택하니 10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호스텔 앞에 당도한다.

여행 내내 유지하려 노력했던 BMW(Bus, Metro, Walking) 이용 원칙을 여행 막바지에서 깨트리다니... 이전에도 피치 못 할 상황에서 택시를 이용한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에 그리 낙담할 필요는 없는 일이라 위무하며 숙소에 들어와 지친 몸에 따뜻한 물을 뿌린다.

4인용 도미토리 숙소에서 5일 밤을 보내면서 방을 같이 쓰는 룸 메이트?하고 눈인사 한번 제대로 나눈 적이 없다. 그들의 생활 패턴과 반대로 움직이니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그들은 저녁이 되면 외출을 하고 이른 아침나절에 들어와 잠을 청한다. 밤 11시 무렵인데 어김없이 그들은 출타 중이다.

간단한 샤워 후 1층으로 내려와 프론트 옆에 딸린 펍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며 여행의 마지막 밤 시간을 보낸다. 요란한 음악소리 사이로 젊은 친구들의 대화가 새어 나오는 가운데 동양의 조그만 아재 한 명의 존재감 따위는 묻혀 버린다.

달아오른 취기 덕분에 과대적 자기애 빠진 아재는 흡족한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날, 아니 2개월 여정의 파리와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과 스페인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 시작되었다.

늦은 오후 출발하는 비행편이라 여유 있게 공항으로 출발하면 된다. 오전의 남은 시간은 이전에 방문한 적도 있던 카탈루냐 광장에서부터 람블라스 거리, 고딕 지구를 찾아보기로 한다.

카탈루냐 광장은 바르셀로나 시티 투어 버스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이며, 각종 행사와 축제가 열리는 넓은 광장으로 많은 관광객이 모여든다.

광장에서 도보로 5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등이 있는 그라시아 거리를 비롯한 람블라스 거리, 고딕 지구 등이 지척에 있어 관광의 허브가 되고 있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이어진 람블라스 거리는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바로셀로나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는 곳 답게 소매치기가 득실대는 곳이라 이곳을 찾을 때는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여행 안내서에 따르면 호안 미로가 디자인한 모자이크 타일이 깔려있다고 하는데 두 번을 찾았지만 인파에 가려서인지 볼 수는 없다.

기념품과 꽃을 파는 곳을 지나면 산 호셉 시장이 나오는데, 이곳에 들러 시장 구경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람블라스 거리는 인파가 북적이는 곳이라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람블라스 거리 인근 왼편으로 이어진 길을 벗어나면 야자수가 가득한 레이알 광장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가우디가 학생 때 디자인한 가로등을 볼 수 있고, 인근에는 가우디의 작품인 구엘 저택이 나온다. 고딕 지구는 바르셀로나 구시가지를 말한다.

왕의 광장은 콜럼버스가 첫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 이곳에 있는 계단에서 이사벨 여왕을 알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세 때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로마 시대의 유적도 볼 수 있다, 3면이 막혀있는 조그만 광장은 음악의 울림이 좋아 거리의 악사들이 공연하기 좋은 곳이라 버스킹을 기대 했지만 관광객만 보인다.

바르셀로나의 성당이라고 하면 흔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떠올리지만 15세기 중반에 카탈루냐 고딕 양식으로 완공된 바르셀로나의 대성당이 고딕 지구에 있다.

이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수호 성녀인 산타 에우랄리아의 순교와 관련한 스토리가 있다. 13살에 순교한 산타 에우랄리아의 순교 장면이 묘사된 조각은 스페인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인 바르톨로메 오르도네스 작품이라 한다.

성당 안뜰에는 거위가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데 순교자의 나이와 같은 13마리가 있다 한다. 2개월 여행 기간에 방문한 성당은 규모에 상관없이 백 수십 번이 넘는다.

성당 위 지붕에 올라가는 체험은 바르셀로나의 대성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성당 위 지붕에 설치된 통행로를 따라 시내 주변을 둘러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노트르담 성당에서 이루지 못한 지붕 투어가 마지막 순간에 찾아오니 멋진 마무리 하게 되어 만족스럽다.

카탈루냐 자치 정부 청사와 바로셀로나 시청사가 마주하고 있는 산 하우메 광장을 나와 이번 여행의 마지막 점심을 카탈루냐식 메뉴를 선택하여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짐을 정리한다.

공항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여유있게 도착하고 탑승 수속을 마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