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36 스페인 바르셀로나
상태바
산티아고 순례길 #36 스페인 바르셀로나
  • 류호진
  • 승인 2021.05.10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의사 이상용 원장은 대전대학교한방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전 유성에 '용한의원'을 개원, 운영하고 있다.

나의 여행기 36 (2018. 5.30.~6.5.)

바르셀로나 Barcelona 1

마드리드를 출발한 고속열차 렌페는 2시간 30분을 쉼 없이 달려 2개월 여정의 마지막 여행지 바르셀로나에 도착한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2대 도시이자 항구 도시로 우리나라 부산을 연상케 한다. 오래전부터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발전한 도시답게 마드리드보다 세련되고 역동적 분위기로 다가온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몇 정거장 지나 하차 후 예약한 호스텔을 찾아가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구글 맵의 안내에 따라 방향을 잡고 걸어 예상 지점 근처로 접근하지만 다른 곳이 나타난다.

느낌상 근처에 있을 것 같은데 예상이 빗나간다. 금방 찾을 것 같은 길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반복하여 돌고 돌아 목적지에 도착한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익숙하지 않은 길에서 더 많은 시간을 쓰고 걷는 양도 늘어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지만 하나의 통과의례를 치룬 것으로 여기면 그만이다.

혼자 힘으로 해냈다는 성취감도 얻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다. 6층 높이의 거대한 호스텔은 자본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유스호스텔 같은 느낌이다.

도미토리 형 4인실 숙소를 예약했는데 이전에 방문한 중소 도시의 1인실 요금과 버금간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에도 숙박카드를 삽입해야 작동되는 보안설비가 되어있고 현대식으로 꾸며진 시설은 깔끔하지만 차가운 도시의 기운이 강하게 몰려온다.

대도시 숙소는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선택하는 것이 가성비 좋은 곳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긴 여행을 통하여 체득하였건만, 마드리드에서 급하게 예약한 댓가를 치루는 것이다.

창가 쪽 1층 침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위안하면서 짐을 정리하고 침상에 누워본다. 본격적 투어는 어렵지만 바로셀로나의 첫날 오후를 낮잠으로 허비할 생각은 없다.

여행 안내서를 살피며 자투리 시간을 보낼만한 장소를 물색한다. 지도를 펼치니 바다가 있는 해안이 보인다. 말라가의 태양의 해변 이후 내륙 여행길 만 다녔으니 2주 만에 바다가 있는 도시로 온 것이다.

바다 바람을 쏘이고 싶은 충동이 생겨 바닷가를 목표로 방향을 잡아 걷는다. 방사형 도시의 블럭과 블럭 사이의 교차로를 10개 이상 건너 상당한 거리를 걸어왔지만 기대한 바다는 보이지 않고 비슷한 건축물들이 이어진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사이에 퇴근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니 마음만 바빠진다.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다 보니 특이한 형태의 건물이 보인다.

제복과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음악회가 열리는 장소로 보인다. 예사롭지 않은 건물이 카탈루냐 음악당이라는 사실을 몇 일 후 가우디 건축 투어를 하고 난 이후에 알게 된다.

이 음악당은 가우디와 함께 카탈루냐 모더니즘 건축을 이끈 몬타네르가 설계한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라고 한다.

바로셀로나에서 첫 번째 마주친 유명 건축물인데 특이한 외부 모습을 각인해 놓고서 바로셀로나를 떠나는 날에 내부 투어를 하게 된다.

음악당을 지나쳐 바다를 찾아 가지만 바다는 나타나지 않고 야자수 나무와 나무 닮은 가로등이 있는 너른 광장만 보인다.

광장 안을 둘러보다가 광장 끝에 세우진 붉은 벽돌로 지어진 개선문에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해는 하늘에 남아 있지만 설령 바닷가에 당도해도 어두운 바다를 보게 될 것이다.

이 시각에 바다 앞으로 전진은 의미가 없다. 기억을 되살려 지나온 곳을 되돌아 나선다. 방사형 도로 구조는 기억의 한계를 보여준다. 미로 같은 길 찾기를 하면서 헤매는 사이 어둠을 밝히는 조명들이 켜지기 시작하는데 저녁 식사를 하라는 신호가 발생한다.

숙소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고픔부터 해결해야 한다. 때마침 산티아고 순례길 도중 대도시에서 경험한 바 있는 중국 뷔페 웤wok이 나타난다.

해산물을 주메뉴로 선택해서 접시에 담았는데 짠맛이 강하여 맥주를 마시며 간을 맞추고 두 번째는 다른 종류의 음식을 선택하여 빈속을 가득 채운다.

든든한 저녁 식사를 하고 나니 발걸음도 가볍고 눈도 더 맑아진 느낌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숙소에 들어오니 로비 옆 바에서 흘러나오는 펑키 스타일의 음악 소리와 여행객들이 대화가 섞여 시끌벅적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젊은 사람들 뿐이다. 조용하고 깔끔한 숙소인 줄 알고 예약했는데 젊은이들의 아지트에 잠자리를 잡다니... 이곳에서 5일을 묵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찝찔한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다.

1층의 소란을 뒤로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에 들어가니 투숙객은 혼자뿐이다. 바로셀로나의 밤을 즐기러 외출한 젊은 친구들이 들어오기 전에 내일의 일정을 구상하며 잠을 청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