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31 스페인 마드리드 Madrid 2, 프라도 미술관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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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31 스페인 마드리드 Madrid 2, 프라도 미술관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
  • 류호진
  • 승인 2021.03.29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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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스페인 마드리드 Madrid 2, 프라도 미술관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
(한의사 이상용 원장 가이드)
한의사 이상용 원장은 대전대학교한방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전 유성에 '용한의원'을 개원, 운영하고 있다.

나의 여행기 31 (2018. 5.26.~5.30.) 마드리드 Madrid 2

간밤의 축구 열기가 사라진 마드리드의 아침은 쓰나미가 지나간 해변 같은 정적이 흐른다.

호스텔을 기점으로 어제와 반대 방향이 오늘의 목적지가 된다. 첫 번째 방문 목적지 프라도 미술관에 도착하니 개관 시각까지 두 시간이 남는다. 공터에 앉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술관 옆에 울창한 나무와 식물로 채워진 공원이 있다. 레티로 공원이다. 왕궁의 정원으로 이용하던 곳을 마드리드 시에 양도하여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다고 한다.

대통령 별장을 개방하여 국민에게 돌려준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 간이 도로를 건너 입구를 찾아 입장한다.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이 이어지고 노를 저으며 뱃놀이를 하는 인공 연못이 있고, 온실을 개조한 미술관 등을 둘러보는데 시간이 모자란다.

1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둘러볼 수 있는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이렇게 크고 넓은 공원과 세계적인 축구팀을 가진 마드리드 시민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었나?

오늘 일정의 핵심은 프라도 미술관 관람이 될 것이다. 미술관 입장의 퍼스트 무버 first mover가 되기 위하여 서둘러 공원을 빠져나왔건만 미술관 광장은 이미 매표를 기다리는 행렬이 가득하다.

프라도 미술관은 규모와 소장품을 따져 볼 때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데 30,00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전시실에 있는 작품은 소장품의 10% 정도만 전시되고 있다고 하니 몇 시간 관람하고 프라도 미술관을 관람했다고 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 것보다 못한 자랑거리일 것이다.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 등 눈에 익숙한 스페인 회화 뿐 아니라 중세부터 18세기까지의 유럽 회화가 전시되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기억력 좋은 시절에 서양 미술사 책이라도 한 권 봐 뒀더라면 감동의 깊이가 달랐을 것인데, 미적분 문제와 씨름하고 영어 단어 몇 개 더 외우느라 애쓴 시간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비록 얇은 지식이지만 알고 지내던 작품을 직접 만나는 기쁨은 만만치 않다. 엘 그레코의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 루벤스의 ‘삼미신’, 고야의 ‘벌거벗은 마하’와 ‘옷 입은 마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등의 눈에 익은 작품 앞에서는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

프라도 미술관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일 것이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관람객의 밀도가 가장 높은 작품이라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전시실 같은 복잡함이다.

더욱이 단체 관광객이 여러 팀 몰려와 이곳저곳에서 그룹별로 주파수가 다른 이어폰으로 가이드가 작품설명을 하고 있는데 핸드 마이크를 사용한다면 시장보다 더 소란스러울 것이다.

시녀들은 서양 미술사에서 끊임없이 이야깃거리가 재생산되는 문제작이라 한다. 그림을 재구성해보면 벨라스케스가 왕과 왕비가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현장의 모습을 담은 그림인데, 왕과 왕비를 찾아온 마르가리타 공주와 시녀들 그리고 궁정의 어릿광대와, 캔버스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자신을 집어넣고 거울에 비친 왕과 왕비의 모습을 표현하여 관람객이 왕과 왕비의 위치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독특한 구도가 흥미롭다.

벨라스케스는 사진이 없던 시대에 사물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이 작품을 통하여 인상주의 화가는 물론, 수많은 화가에게 뮤즈가 되었고 후대의 시인과 소설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고 하니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걸작을 탄생시킨 것이다.

마드리드 시내를 걷다 보면 포즈와 의상이 모두 다르게 표현되어있는 조형물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마르가리타 공주를 모티브로 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 작품을 보고 난 이후의 깨달음이다.

작품을 좆아 우왕좌왕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간 후에 배고픔이 몰려온다. 미술관내 푸드 코트에는 나처럼 식사시간을 넘긴 사람들이 가득하다. 간단한 식사와 에소프레소 한 잔으로 빈속을 채우고 나서 오전에 자세히 보지 못한 작품을 찾아다니며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오르셰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느낀 바지만 방대한 전시물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지식과 시간, 체력의 삼박자가 필수적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시물이 가지고 있는 정보일 것이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의미를 알고 보면 더 많이 보이고 흥미진진 하지만 아는 것이 없으면 그냥 그림일 뿐이다. 제대로 알고 보면 작품마다 머무르는 시간도 길어져서 하루 일정도 부족할 텐데 아는 것이 부족하니 한나절 남짓이면 족하다.

박물관 밖으로 나오니 근방의 레티로 공원의 꽃과 나무의 냄새가 싱그럽게 다가온다. 로마의 개선문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알칼라 문을 중심으로 회전 교차를 만들어 자동차들이 교행하고 있고 마르가리타 공주 조형물이 각기 다른 옷으로 치장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반긴다.

알칼라 문을 지나 콜럼버스를 기념하기 위한 콜론 기념탑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자동차가 다녀야 할 6차선 대로가 텅 비어 있다. 일요일은 차 없는 거리를 지정하여서 그런가 하는 생각으로 기념탑 회전 교차로까지 가보니 그쪽은 차량의 통행이 빈번하다.

교통통제를 담당하는 경찰에게 사진을 부탁하여 기념사진을 남기고 시벨레스 광장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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