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28 스페인 코르도바2, 스페인의 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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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28 스페인 코르도바2, 스페인의 불금
  • 류호진
  • 승인 2021.03.1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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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상용 원장 가이드

나의 여행기 28 (2018. 5.25.~5.26.) 코르도바 Cordoba2

알카사르 내부의 뜰과 물의 정원, 사이프러스 나무가 잘 정돈된 정원에 한참을 머물다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이 몰려가는 방향을 따라간다.

넓은 터를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건축물이 보인다. 메스키타 mezquita가 자리 잡은 곳이다. 메스키타는 이슬람 사원을 뜻하는 모스크 mosque의 스페인어의 표현이지만 이 용어는 코르도바 메스키타를 지칭할 정도로 고유명사화 되었다.

이슬람 사원에 기독교 성당으로 개조한 독특한 건축물로서 코르도바가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메스키타는 사각형 형태로 3층 높이의 외벽과 외벽 사이에 돌출한 첨탑, 내부 중앙에는 홀처럼 보이는 육각형 구조물을 둘러 쌓고서 위용을 과시한다.

외벽 사이에 있는 육중한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어 입장을 불허한다. 관람은 아침에 와서 입장하기로 하고 주변 거리를 둘러본다.

좁은 골목에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메스키타 지역을 벗어나 로마사원 유적지를 찾아 골목을 빠져나가는 데 배고픔이 몰려온다. 길거리 음식점에서 우렁이를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며 숨을 고른 후 유적지에 도착한다.

1950년대 시청 건물을 확장공사 할 때 발견되었다는 설명과 당시의 발굴 과정을 담은 사진을 부착하여 이해를 돕는다. 1세기 후반에 건설된 코린트 양식의 사원이라고 하지만 사원의 모습은 간데없고 로마식 기둥만이 허공을 떠 받치고 있다.

유적지와 시청 주변 광장은 사람들의 왕래가 드물어 한적하기가 동안거에 들어간 절간을 찾은 느낌이다. 다시 발길을 돌려서 메스키타 주변으로 향한다.

관광객들이 몰려다니는 곳을 따라가면 해 질 무렵의 로마교를 다시 만나고 로마시대 개선문, 코르도바의 수호신 라파엘 천사 탑이 있는 광장, 메스키타 인근 골목의 번잡함을 만나게 된다. 도착하자마자 시내를 훑고 다니다 보니 간식을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배고픔과 피로가 엄습한다.

민생고를 해결하고 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호스텔에 귀환한다. 숙소에 마련된 주방에서 그라나다에서 구입한 한국 라면을 메인 메뉴로 요리하여 폭풍 흡입을 한다.

계획상 지역을 대표하는 ’플라멩킨‘으로 저녁 식사를 할 생각이었는데 한국산 라면의 맛과 가성비에 만족하게 된다. 포만감이 가득하니 졸음이 몰려온다.

잠들면 아침까지 침대와 한 몸이 될 태세이지만 코르도바의 불금을 잠으로 보낼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말 위에서 쪽잠을 자던 나폴레옹식 수면으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호스텔을 나온다.

숙소 부근 골목은 오렌지 가로수 아래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문득 군중 속의 고독이 느껴진다.

이국적인 불금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 나선 자리이건만 외톨이로 서 있는 방랑자를 발견한다.

강변의 선술집 높은 곳으로 올라 멀리 보이는 로마교와 말없이 흐르는 강물과 교감하며 술 잔을 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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