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26 기다려라! 고르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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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26 기다려라! 고르도바
  • 류호진
  • 승인 2021.02.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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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상용 원장 가이드

한의사 이상용 원장은 대전대학교한방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전 유성에서 '용한의원'(042-823-7533)을 개원, 운영하고 있다.

 

나의 여행기 26

(2018. 5.22.~5.24.)

그라나다 Granada 4

알함브라에 입장하지 못한 스트레스로 입맛이 떨어질 만한데 점심때가 다가오니 어김없이 신호가 온다. 이런 때에는 중국 슈퍼에서 구입한 라면이 제격이다. 얼큰한 국물 맛은 허탈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것 같다.

오후 일정은 투어용 차량에 탑승하여 알바이신 지역을 돌아보며 시작한다.알바이신 지역은 알함브라 성과 멀지 않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라나다에서 이슬람 왕조가 축출된 이후에 이슬람교도들의 거주지가 되었다.

이교도에게 빼앗긴 궁전을 잊지 못해서 이 지역을 선택했을까? 알함브라를 바라보면서 권토중래를 다짐했을까?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 건축물과 무어인 특유의 건축물이 섞여 있는데 하얀색 벽으로 꾸며진 집들 사이로 오밀조밀한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코스가 다른 붉은색과 노란색의 기차형 관광차를 갈아타면서 걸음으로 해결하지 못한 관광을 눈요기 삼아 그라나다 시내를 훑어본다.

알바이신 지역의 고지대인 니콜라스 전망대를 찾으니 많은 사람이 건너편 알함브라 성의 전경을 보기 위해 모여 있다.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덮여 있다.

이슬람 최후의 세력 나스르 왕국이 1492년 이사벨 여왕에게 그라나다가 함락되면서 남겨진 마지막 남은 요새인 알함브라는 이슬람의 슬픈 역사를 말해주듯 잿빛 하늘 아래 빛바랜 노란색 성곽으로 둘러 쌓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마지막 거점을 방어하기 위한 알카사바 망루의 펄럭이는 깃발 아래에는 관람객의 움직임이 시야에 들어온다. 마치 알함브라 궁전을 점령한 승자가 되어 그라나다 전역을 내려다보며 승리감에 도취 되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 한번의 패배감이 몰려온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는 말은 야구경기에서만 해당 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비록 오늘은 먼 발치에서 궁전의 겉모습만 바라보지만 언젠가 다시 와서 오늘의 실패를 보상하리라는 다짐을 한다. 니콜라스 전망대는 밤이 되면 조명이 비추는 알함브라 성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조금 기다리면 알함브라의 야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처받은 마음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알함브라의 야경은 다음 방문의 몫으로 남겨 놓고서 미련없이 자리를 벗어난다.

익숙해진 누에바 광장과 대성당 인근을 배회하는 것도 진부하다. 그라나다의 마지막 밤은 맥주와 와인의 힘을 빌어 잠을 청한다. 이튿날 오전은 코르도바로 떠나는 짐을 꾸려놓고서 남은 시간을 할애하여 호스텔 근처의 그라나다 대학과 인근의 수도원 방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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