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순례길 #24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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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순례길 #24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류호진
  • 승인 2021.01.3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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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상용 원장 가이드)

한의사 이상용 원장은 대전대학교한방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전 유성에서 '용한의원'(042-823-7533)을 개원, 운영하고 있다.

나의 여행기 24 (2018. 5.23.~5.25.) 그라나다 Granada 2

이사벨라 카톨리카 광장을 벗어나 2~3분 정도의 걸음에 닿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광장이 있다.

여타 도시의 광장에 비하여 큰 규모는 아니지만 광장 주변은 쇼핑객과 관광객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며 생동감이 넘친다. 안내 책자에 소개된 누에바 광장임이 분명하다.

그라나라 관광의 교통편이 모두 모여 있는 듯하다. 택시와 붉은색 미니버스 및 순환형 노란색 관람용 자동차-기차처럼 차량이 2~3개 이어져 있다-가 구역별로 자리를 잡고서 떠날 채비를 갖추고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교통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노선도 모르는 아무 차량에 탑승할 수 없는 노릇이다. 차량 탑승은 보류하고 걸어 다니며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광장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건물이 밀집된 곳을 벗어나니 개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산비탈에는 오래전 지어진 집들이 빼곡이 자리하고 있다. 개울을 따라 이어진 길에는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이 뒤섞인 채로 제 갈 길 가기 바쁘다.

한참을 오르니 오른쪽 산등성에 길게 늘어진 황토색 건축물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알함브라 궁전의 성벽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흥분된 발걸음은 다리를 건너 오르막길을 따라 성벽 쪽으로 올라간다.

좌우에 황토색 담벼락이 높게 세워진 성벽 사이로 이어진 오르막길을 따라 나아가니 알함브라 궁전의 출입문이 발길을 막는다. 출입구 틈새 사이로 보이는 궁전의 바깥 통로에서는 관람객들의 움직임이 있지만 매표창구는 굳게 닫혀있다.

오후 5시를 넘긴 시간이라 입장이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지만 남는 미련은 어쩔 수 없다. 주차장 언덕 위에 심어진 오렌지 나무정원을 둘러보면서 선뜻 되돌아서지 않는 발걸음을 달랜다.

내일 아침 누구보다 먼저 도착하여 입장하리라 다짐하며 관광용 미니버스를 타고서 올라온 길과 다른 방향으로 시내에 진입하여 눈에 익은 장소에 하차한다.

누에바 광장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하는데 두 번째 만나서 그런지 첫 번째보다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음 목적지는 사크로몬테 언덕으로 정했다.

버스는 조금 전 걸어 올라갔던 길로 접어들어 개울가 좁은 길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길을 조금 오르다 오밀조밀한 집들이 빼곡히 모여 있는 언덕에 도달한다.

차에서 내려 뒤돌아보니 멀어진 알함브라 성체는 고개를 들어 쳐다보던 위치에서 눈 아래에서 자리 잡는다. 사크로몬테 언덕을 찾은 이유는 기독교나 이슬람이 아닌 또 다른 이방인의 문화를 보기 위한 목적이다.

‘쿠에바’라 불리는 집시들의 거주지는 산과 언덕에 동굴을 파서 그들의 생활하던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인데, 유랑 생활을 하던 집시들이 동굴집을 만들어 정착 생활을 했던 흔적을 그라나다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잘 보존된 쿠에바를 민속촌처럼 만들어서 생활상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민속 박물관을 관람한 후, 마을을 둘러보는데 플라멩코 공연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소규모 식당이 있어 입장하려 했으나 문이 닫혀있다.

출입구에는 공연 시간이 안내되어 있는데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가능하다. 이미 볼 건 다 봤는데 조그만 마을에서 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인내심은 준비하지 못했다.

플라멩코 공연을 포기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 사크로몬테 언덕을 내려오는데 먼발치에서 알함브라 궁전이 나타난다. 해가 기울 무렵의 알함브라 궁전의 시각적 자극은 다른 감각을 소환한다.

갑자기 기타 연주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귓가에 맴돌며 은구슬 뿌리듯 이어가는 트레몰로 기법의 연주 멜로디가 마음속 가득히 물결처럼 일렁거린다.

어두워진 누에바 광장 주변은 낮에 보이던 자동차들의 왕래는 줄어든 대신 광장 주변의 음식점에서 새어나오는 불빛과 만찬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안내 책자에서 추천한 타파스tapas 맛집을 찾아가 저녁을 해결하고 나오는데 근처에 중국 슈퍼가 있다. 큰 도시에서 만나는 중국 슈퍼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기대한 대로 어김없이 한국 라면 몇 개를 득템하니 입꼬리가 올라가며 의기양양 해진다. 초행길에, 야간에, 와인의 취기가 머릿속에 가득한 상태로 지나온 길을 기억을 더듬어 숙소를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아무리 늦어도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를 2~3배 시간을 거리에 뿌리고 숙소에 도착하여 긴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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