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23 긴 여행에서 얻은 경험, 그라나다 숙소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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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23 긴 여행에서 얻은 경험, 그라나다 숙소잡는 법
  • 류호진
  • 승인 2021.01.31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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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상용 원장 가이드)

한의사 이상용 원장은 대전대학교한방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전 유성에서 '용한의원'(042-823-7533)을 개원, 운영하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상용 원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여기에 옮겨 놓는다.

나의 여행기 23 (2018. 5.23.~5.25.) 그라나다 Granada 1

서유럽에서 이슬람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알 암함라 궁전이 있는 도시 그라나다에 잔뜩 부푼 기대와 함께 도착한다.

터미널에서 숙소로 찾아가는 길은 언제나 고역이다. 택시를 타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나에게 한 약속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낯선 길 위로 뛰어든다.

구글 지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우왕좌왕, 좌충우돌이 이어지고 이쪽저쪽을 헤매는 헛걸음은 보너스로 돌아온다. 목표가 있어도 방향이 어긋나면 똑바로 갈 수 없다.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올바르게 설정되지 못하면 그 결과에 따라오는 대가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살아온 시간과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수없이 느낀 바 있지만 처음 마주하는 길은 쉽사리 그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다.

간편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한 시간 이내의 거리인데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두 세배의 시간을 허비하고 나서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일이 그라나다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면 한 고비 넘어온 나그네의 안도감과 뿌듯한 성취감을 느끼며 여장을 풀어 놓는다. 늘 그렇듯 휴식의 시간은 호흡을 조절하면서 안내 책자와 인터넷 검색을 하며 그 도시의 방문지와 동선을 결정하고 채비를 갖춰서 길을 나선다.

산티아고 길과 여행을 하면서 경험상 습득한 비결이 생겼다. 처음 방문하는 큰 도시나 작은 마을을 막론하고 성당을 찾아가는 것이다. 기도를 하고 경건함을 찾으려는 목적이 아니다. 가장 큰 성당이 그 도시의 역사 문화의 중심지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건물의 틈새로 보이는 성당의 첨탑을 목표로 거미줄 같은 미로형 도로를 빠져나가는데 진흙 속 미꾸라지가 따로 없다. 쉽게 찾아가면 시간을 아끼고 피로도 줄어들겠지만 헤매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이나 운동 효과도 있다는 긍정의 마음으로 그 과정을 즐기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그라나다 대성당은 이슬람 사원 모스크가 있던 자리에 세웠다고 한다. 말라가 대성당도 그렇지만 16세기에 짓기 시작하여 2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며 완성하다 보니 고딕 양식으로 건축을 시작했으나 르네상스와 무데하르 양식까지 혼재된 기묘한 형태가 되어 버렸다.

황금 제단이 있는 중앙 예배당과 성모 마리아가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가 화려하게 보이지만 지금껏 만난 성당들과 대동소이한 모습이라 별다른 감흥은 없지만 성당 옆에 있는 왕실 예배당은 그라나다 대성당을 기억하게 한다.

스페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이사벨 여왕과 남편인 페르난도 2세가 왕실 예배당 지하에 안치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카스티야 출신의 이사벨 여왕이 자신이 죽으면 카스티야 지방의 톨레도나 세고비아가 아닌 그라나다에 무덤을 만들어주기를 원했다고 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나 죽을 때는 고향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사벨 여왕이 고향보다 타관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본다.

레콩키스타(reconquista) 즉 스페인 국토회복운동에서 마지막 남은 이슬람 나스르 왕국 최후의 거점 도시라는 상징성과 레콩키스타 운동의 오랜 과정 동안 쏟은 노력과 고충을 알려야 하겠다는 심정으로 그런 유언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대성당 광장을 지나 좁다란 골목에 들어서면 알카이세리아(Alcaiceria)라고 불리는 아랍인들의 시장이 나타난다. 19세기에 화재가 일어나기 전까지 200개가 넘는 비단 상점이 밀집되었으나 모두 소실되고 복원한 자리에는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빼곡하게 밀집되어 마주하고 있다.

알카이세리아 골목을 다니는 동안 언제라도 화재가 발생한다면 과거와 같은 상황을 되풀이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짙어만 간다. 오래된 골목을 벗어나니 세련된 현대식 쇼핑몰 거리가 나타난다.

현대식 거리를 따라 조금 걸으니 물을 뿜어대는 분수 가운데로 우뚝하게 솟아있는 조형물이 설치된 광장이 보인다.

이사벨 여왕에게 컬럼버스가 신대륙탐험 계획서를 바치는 형상의 모습을 담은 ‘이사벨 라 카톨리카’광장의 동상이다.

잠시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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