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20 누에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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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20 누에보다리
  • 류호진
  • 승인 2020.12.31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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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상용 원장 가이드

한의사 이상용 원장은 대전대학교한방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전 유성에서 '용한의원'을 개원, 운영하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상용 원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여기에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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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20

(2018. 5.21.~5.22.)

론다 Ronda 2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걸어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여 누에보 다리로 향한다. 등교하는 어린 학생들이 분주하다. 전날 보지 못한 아랍 목욕탕을 찾아갔으나 문이 닫혀 있다.

외부 모습만 바라보고 산타마리아 라 마요르 성당으로 향하는 한적한 성곽 외각의 길을 걷는다. 비 내린 다음날 아침의 맑고 청명한 공기와 햇살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언덕의 올리브 나무와 야생화는 바람에 리듬을 맞춘다. 사이프러스 나무와 야자수가 서 있는 마당이 있는 성당은 아담한 규모로 다양한 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건축물로 보였다.

론다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누에보 다리의 오전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120m의 타호 협곡 아래로 가기 위한 또 다른 길로 가보기 위해서 여행 안내서에 나온 무어왕의 집 계단을 찾아보았으나 찾지 못한다.

선택의 여지없이 황혼 무렵 내려간 길을 이용하여 어제의 그곳에 도착한다. 협곡의 중간 정도이다. 협곡의 더 아래쪽에 한 무리의 관광객이 보인다.

저들은 어떻게 저기까지 내려갔을까? 주변을 살펴봐도 그곳으로 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올라가서 찾아볼 생각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낭떠러지 절벽에 박혀있는 철 구조물과 밧줄이 눈에 들어온다.

내려다보니 깍아지른 절벽이 족히 30m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아래쪽에서 다리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모두 위험을 무릅쓰고 절벽을 따라 내려갔을까? 실수라도 한다면 생명까지도 잃을 수 있는 코스인데...

잠시의 망설임 끝에 도전을 해 보기로 한다. 헬멧이나 자일 등 암벽타기 할 때 사용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없다. 목숨을 건 도박인가?

복장을 가다듬고 가방에서 장갑을 꺼내 착용하고 바위에 박힌 철 구조물에 팔 다리를 걸치고 한 발 한 발 내려가는 중에 90년대 손에 땀을 쥐고 봤던 영화 클리프행어(cliff-hanger)가 머리를 스친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최고의 집중력과 신중함으로 한 계단 한 계단씩 하강하다 보니 무사하게 안착을 한다. 내려온 곳을 올려다보니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든가?

내 인생에 이처럼 무모한 도전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인 관람 포인트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그들을 따라 안전하게 시내로 진입한다.

점심 무렵이 되기도 했고 긴장과 체력 소모 때문에 더 배가 고프다. 투우장 앞에 있는 제법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에서 스페인식 소꼬리 찜 -과거에는 투우로 죽인 소의 꼬리를 사용하여 요리했다는-을 와인과 곁들이며 허기와 긴장을 풀면서 론다의 정찬을 마친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렌지 나무 가로수 길을 걷기도 하고, 돼지 다리를 말려서 만든 하몽(jamón)이 걸려져 있는 가게를 기웃거리며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다 말라가행 버스에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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