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14 리스본을 떠나 세비아로-좌충우돌 아재의 본전여행?
한의사 이상용 원장 가이드
한의사 이상용 원장은 대전대학교한방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전 유성에서 '용한의원'을 개원, 운영하고 있다.
나의 여행기 14 (2018.5.16.~19.)
리스본을 떠나 세비야로 스페인 세비야로 떠나는 아침을 맞았다. 오후에 떠나는 버스를 예매했기 때문에 오전의 시간은 여유가 있다. 골목과 언덕을 지나고 오르며 익숙해진 길을 따라 걸어서 바이샤 지구에 당도한다. 시한이 남아있는 리스보아 카드를 한 번 이라도 더 사용해서 본전을 뽑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발동하여 지나가는 트램에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이곳저곳을 다닌다. 이미 두 세번 지나치거나 방문한 장소들이 대부분이다. 아침 나절의 시간은 그렇게 소요하며 짧지만 정들었던 도시의 추억을 새긴다. 포르투갈의 두 도시, 포르투와 리스본은 같은 듯 다르다. 잘나가던 과거의 흔적만 남아있는 조용하고 서정적 분위기 있는 포르투와 번잡하고 바쁜 도시 리스본은 수도답게 규모도 크다. 두 도시 모두 아름다운 강을 가지고 있는데 포르투는 와인을 생산해서 영국으로 수출하던 모우루 강, 리스본은 테주 강을 통해서 바다를 개척하던 과거를 보여준다. 리스본과 포르투는 라이벌 의식이 팽배하다고 한다. 포루투 사람들은 리스본 사람들을 '알파신야(상추)'라고 빗대어 부르는데 리스본 사람들이 상추를 즐겨 먹고, 상추처럼 쉽게 상하거나 게으르고 놀기만 좋아한다는 것을 빗대어 야유하는 표현이라 한다. 리스본 사람들은 포르투 사람들을 '트리페이루(내장 요리를 먹는 사람들)' 라고 부르며 일과 돈밖에 모른다고 비꼰다고 한다. 포르투 사람들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사람처럼 소. 돼지 내장요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긴다. 우리나라에서 전라도는 홍어, 경상도는 과메기나 꼼장어로 지역을 표현하는 것처럼 세상 어디를 가나 지역적인 라이벌 의식은 흔하게 존재하는 것 같다. 여행 전 세운 나름의 원칙 -여행지에서 움직일 때 가급적 택시 타지 않고 BMW(bus, metro, walking)로 이동한다-에 따라 지하철을 이용하여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세비야를 향하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데 영광스럽게도 벤츠 엠블럼을 달고 있는 버스다. 비록 내 다리의 동력에 의지하는 BMW이지만 세비야까지는 벤츠 버스가 이동을 도와주니 독일의 명차를 두루 이용하는 여행을 하고 다니는 셈이다. ㅎㅎ 리스본을 떠나는 버스는 강폭이 매우 넓은 테주 강 위에 세워진 다리 위를 지나는데 마치 바다 위에 건설된 영종대교를 건너 인천공항에 비행기를 타러가는 설레임을 느끼게 한다. 포르투갈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스페인을 향하는 나의 버스는 물 맑은 봄 바다에 떠나는 배같이 두둥실 두리둥실 앞으로 나아가는데 푸른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이 아쉬움을 전한다. 좌충우돌 아재는 다시 스페인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