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벨 과학상에 이르는 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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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벨 과학상에 이르는 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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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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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건국대 명예교수.


(서울=뉴스1) = 올해도 한국인의 노벨 과학상 수상 소식은 없고, 경제력이 세계 10위, 연구개발 투자비가 세계 1위인 한국에선, 왜 노벨 과학상이 안 나오는지 묻는 자탄도 매년 반복되어 노벨상 블루가 생길 지경이다.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일본, 중국, 인도 및 파키스탄이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였고, 일본은 24명이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여 세계 5위의 많은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한국은 전무하여 한국 대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0대 24로 믿기지 않는 수치이다.

한국인이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개발하지 못하는 우리의 교육제도에 있다. 호기심이 없으면 창의적인 연구가 시작되지 않는다.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는, 초등학교 시절 붕산을 냉각시키면 하얀 결정이 생기는 것을 보고, 마치 눈이 내리는 것과 같다고 환호하며, 손을 움직여서 그 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실험이 즐거웠다고 술회하였다.

우리의 교육은 창의력을 키울 수 없는 주입식 교육으로, 아이들의 흥미, 이해, 적성 및 특기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의 큰 폐해는 ‘생각의 틀이 고정되어 버려 창의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질문을 하지도 않으며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창의성이 개발될 수 없다.

창의교육 전문가인 헤츠키 아리에리 박사의 ‘한국에서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주입식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행복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학생은 호기심이 사라져, 결코 창의적이 될 수 없다’는 충고는 우리의 교육제도에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금과옥조라 생각된다.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하여는 먼저 사(오)지선다하는 객관형 시험을 단답형 또는 서술형 시험으로 바꾸어야 한다. 수업 중에 학생들의 질문을 대폭 늘려, 교사는 학생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허용하고, 질문에 대하여 대답하되 결코 정답을 주지 않는다. 이스라엘에서 두 명이 짝을 지어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며 토론하는 ‘하브루타’도 시도해 볼 만하다.

세계적인 석학 앨빈 토플러는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생각하여 자기만의 지식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산업화 시대의 방식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질타하였다. 창의성은 당장 가르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환경을 조성하고 학생들에게 자유를 줘야 키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녁 식사시간에 해당하는 오후 7시 이후에는 학교 등에서 일체의 방과수업을 중단시켜야 한다. 학생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다.

한국의 기초연구를 담당하는 대학의 연구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한국의 총연구개발 투자비는 세계 5위이나, 이의 76%가 대기업 등에서 투자하기 때문에, 응용·개발의 실용적인 연구에 자금이 집중되고 기초과학 연구는 등한시된다. 따라서 대기업 등이 참여하는 응용·개발 연구는 점차적으로 기업으로 이관해야 한다.

미국은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비의 47%가 기초연구에 투입되는데 한국은 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대학의 전임교원 7만여명 중 22%만이 연 5000만원 이하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간접비(20%), 인건비 등을 지불하고 남은 연구비로는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연구자의 전공과 무관한 연구과제에 응모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면 전공을 심화·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은 1918년부터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노벨상급 ‘도전적 연구’에 과학연구비라는 지원금 제도를 시행하여, 도전적 연구 1건당 2억 1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2016년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인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35년간, 2018년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인 혼조 다스쿠 교수는 40년간 이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를 수행하였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비의 6%인 약 9726억원을 기초연구에 투자하여 대학의 전임교원 1만명에게 1억원씩의 기초연구비를 지급하여, 노벨상급 ‘도전적 연구’를 수행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기 위하여는 스승과 제자의 끈끈한 학맥도 중요하다. 미국에서 1901년부터 1972년까지 노벨상 수상자 92명 가운데 52%인 48명이 수상자 밑에서 연구하여 노벨상을 획득하였다. 193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페르미 시카고대 교수는 자신의 5대 제자까지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였다.

한국은 일본보다 50년 늦게 기초연구를 시작하였으나, 창의성을 개발하고, 기초연구에 대한 합리적인 투자로, 세계적인 연구자와 학맥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환경에서 연구에 꾸준히 매진한다면 노벨 과학상의 꿈이 성큼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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